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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가득해지는 행복

by lee나무

출장으로 하루를 비우고 출근한 아침 영양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나의 취향을 몰라서 자신의 취향대로 골라잡았다고 덧붙이며 손뜨개 수세미를 내밀었다.


"키가 자그마하신 분 아시지요?"

"네, 눈이 동그랗게 예쁘신 분이죠?"

"네. 맞아요. 급식소 동료들에게 주고 시니어 봉사하시는 할머니들께 선물하려고 만들었다네요. 예쁘죠?"

"정말 귀엽고 예뻐요. 솜씨가 정말 좋으시네요! 이걸로 어떻게 설거지를 하겠어요? 너무 예뻐서 못쓰겠어요."


반짝반짝 까슬까슬한 실로 뜬, 딸기 모양 장식이 달린 분홍 바구니 모양 수세미와 시원하고 깨끗한 눈결정 모양 수세미가 조리실무사님 고운 마음씨를 닮았다. 날마다 200인분의 점심을 책임지는 일이 녹녹지 않을 텐데 위생모와 마스크 사이로 선한 눈은 늘 웃고 있었다. 하루도 결근하는 날 없이 우리들 점심을 챙겨주시는 한결같은 성실함과 선함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했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또 이렇게 정성스럽고 예쁜 손뜨개 수세미를 선물로 준비해 주셨다. 세심하지 못한 나의 모습을 성찰하게 된다. 사람을 챙김에 좀 더 섬세해지자고 말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 이처럼 작은 것에 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나를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을 때 기쁘고 행복해진다. 작지만 가득해지는 행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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