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는 꼭 가족여행으로 가자고 여행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무언의 다짐처럼 서로의 마음에 자리했다. 말이 씨가 되어 2024년 여름 우리는 튀르키예에 왔다. 아들이 상근예비역 복무 중인데 휴가를 받았고 딸은 발령 대기 중이라 기회가 좋았다.
나에게는 오르한 파묵의 소설 <내 마음의 낯섦>의 나라이고 역사를 좋아하는 남편과 아들에게는 동서양 문화의 융합, 그리스 로마와 이슬람 문화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딸에게는 사회인으로 일하기 전 마음 편하게 자유를 누리는, 힘들 때 떠올리며 웃을 수 있는 비타민같은 여행지가되겠지.
11시간 넘는 비행시간 후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다. 튀르키예 시간으로 오후 네시가 넘었다. 전통시장 그랜드 바자르를 둘러보고 저녁을 먹는 것이 첫날 일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라는데 우리는 쓱 눈으로 훑어보았다. 패키지여행이니까 ㅎㅎ. 튀르키예는 젤리가 맛있다며 걸어가는데 우리 말을 알아듣기나 한 듯 시식을 권하는 튀르키예 아저씨. 달콤 새콤한 젤리 한입에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저녁 먹으러 식당 가기 전에 그랜드 바자르 주변 이스탄불 모습을 눈에 담았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 카펫이나 기념품을 팔며 느긋하게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하는 사람들. 쾌청한 하늘과 여행객과 덤덤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어우러진 이상하게 평화로운 풍경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