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리아의 해발고도 1천 미터에 위치한 화산지대 카파도키아는 튀르키예 여행의 절정이 아닐까!
자연이 오래고 오랜 시간을 새겨 넣어 조각한 광활하고 황홀한 걸작이라고 쓰고 나서도 모자라고 모자라다.
화성 같다.
달에 온 것 같다.
지구, 정말 신비롭다!
사람들은 가보지도 않은 행성을 나열하며 저마다 최고의 감탄을 쏟아내고 경외한다.
로마의 기독교 탄압을 피해기독교인들은 이곳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지하도시 '데린구유'는 전설이 되어 전해지고 이어지고 있다. 말문이 턱 막히는 불가사의한 광경을 보면 입을 다물게 된다.(데린구유는 '깊은 우물'이란 뜻이다.우물처럼 수직으로 지하 85m까지 내려가는 8층 규모의 거대한 지하도시이다. 단체라 우리는 지하 4층까지만 들어갔는데 발굴된 것은 전체의 10%정도라니 원래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지하 동굴 도시에 부엌, 와인저장고, 화장실, 마구간, 학교, 굴뚝, 성당 등 생활공간 뿐만아니라 침략을 대비한 방어시설까지 구축했다.)
사람들은 "종교가 뭐길래 ,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박해와 탄압, 억압이 극심하면 할수록 지키고자 하는 힘은 비례하여 커진다. 아니 제곱 세제곱 네제곱 그 이상으로 증폭할 수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종교 탄압과 박해를 어떻게 한마디로 '종교가 뭔지'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 옆에 가족이, 친지가, 친구가, 이웃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날마다 보아야 했다면, 그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지독한 슬픔에 잠 못 이루는 밤을 수없이 지내야 했다면, 그것도 잃을 것이 없는 가난한 자가 사람답게 살고 싶었던 것이 죄였다면 글쎄 말이 쉽게 나올 수 없다. 아무튼 먼지같이 미미한 내가 아는 건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강하고 절박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것. 그들의 진심이 지금까지 전해져서 다행이라는 것.
나의 20대 끝무렵이었다. 제주 4.3 사건을 피해 민간인들이 숨어 살았던 지하동굴에 간 적 있다.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동굴입구에서 몸을 납작 엎드려 기어들어가면 넓은 방 같은 공간이 나타났다. 들키지 않게 입구는 가능한 좁게 만들었다. 빛은 없었다. 그때 나는 '아! 이런 것을 칠흑이라고 하는구나' 실감했다. 옆사람조차 보이지 않는 완전한 암흑. 숨소리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밀려오는 두려움과 공포를 견뎠다. '데린구유'를 보며 나는 우리의 4.3이 생각났다. 그리고 삶이란 그토록 처절하게 필생으로 지켜야 할 무엇임을 처음으로 조금 이해했던 것 같다.
모르긴 해도 인간의 역사는 과학과 신학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이성과 감성 양측면을 통찰해야 하듯이 말이다. 다양한 측면을 볼 때 나의 한계, 나의 모름을 알게 되고 겸손해질 수 있다.
인간이 만들었으니 불가사의는 아닐 텐데, 인간이 만든 불가사의한 전설 앞에 서니 횡설수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