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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ug 22. 2024

냥이

"냥이 보셨어요?"

핸드폰을 펼치며 주무관님이 말했다.

"너무 귀여워요. 이것 보세요!"

아기 냥이 사진이 도대체 몇 장일까?

행정실 직원들 단톡방에 냥이 사진이 도배를 했다.

말수가 적은 시설주무관님도(50대 남자분이시다.) 냥이 얘기를 이어가며 연신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가에 웃음 주름이 자글거린다.

"엄마가 잘 먹어야 애기들 젖도 잘 먹일 텐데요."

내가 말했다.

"시설주무관님이 사료를 사 왔어요. 딸아이 둘이서 집에 데려오라고 지금 난리가 났다네요."

차장님이 걱정 말라는 투로 끼어들었다.

"키우고 싶긴 한데, 끝까지 책임을 못 질까 봐 걱정이 돼서......"

"내가 학교에 냥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얘기했더니, 사람들이 정들기 전에 시청에 연락해라고 하던데요."

"어머나, 안 돼요. 시청에 연락하면,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시켜요!"

절대 안 된다고 실장님이 입술을 앙 다물려 말했다.

"아기들이 다 자라서 독립하면 다 제 갈길 찾아갑니다!"

시설주무관님은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로 굳건하게 말했다.

 '평소 무뚝뚝해 보이는데 소소한 애정이 이처럼 넘칠 줄이야.'

나는 짐짓 놀라웠다.

"점심 먹고 냥이 보러 가요!"

실장님이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촉했다.

"냐~옹, 냐~옹"

55세 남자 시설주무관님은 냥이 소리를 내며 벌써 손에 사료 그릇을 들고 왔다.


일터에 사랑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기분 좋은 일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가 이전보다 좀 더 인간적이고 좋은 장소로 여겨지고, 출근하는 아침이 힘들게 느껴질 테다.

하루 중 어느 때, 지치고 꿀꿀할 때, 바라보기만 해도 잡념이 싹 사라지는 그런 대상.

'냥이'가 귀여워 죽겠다며, 아침 점심 저녁으로 보고 또 본다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오히려 그 어른들이 더 사랑스러운 거다. 40대 50대에도 아이 같은 동심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 일터가 좋아지는 큰 이유이다.


학교 쓰레기장을 숨고 놀고 지내는 곳으로 삼은 엄마와 아기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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