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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ug 25. 2024

리셋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몸을 잘 다스리면 마음도 챙겨진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정돈하고 다스리려면 눈에 보이는 몸을 정리하면 된다.


고요하고자 한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눈을 감으면 된다. 눈을 감으면 외부는 닫히고 내부가 밝아진다. 여기저기 흩어진 마음은 가라앉고 가야 할 길이 차분하게 드러난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이라면 귀를 어디에 열어 둘 것인가도 마찬가지다. 듣는 것, 들리는 것에 따라 마음의 모양과 색깔도 달라진다. 수면음악, 명상음악, 공부할 때나 일할 때 듣기 좋은 음악 등 기능별 음악이 유용한 까닭이다. 음악을 듣는 것은 마음이 향할 곳으로 방향을 잃지 않고 인도해 줄 단순하면서도 쉬운 의식(儀式)이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의식이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커피나 차를 마시는 작은 의식에서부터 징크스를 털어내기 위한 리추얼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어느 스모 선수는 중요한 시합이 있는 날은 1시간 정도 반신욕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다고 한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기도하기 전 몸을 깨끗이 씻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하여 정화수 앞에 나아갔다. 마음을 챙긴다는 것은 눈, 코, 입, 귀, 몸 전체를 어디에 두고 어떻게 정리하는가와 관련된다. 눈에 보이는 나의 몸과 나의 공간을 살펴 흐트러진, 어질러진, 삐뚤어진, 보기 흉한 것들을 가지런히 정돈하고 말끔하게 청소하고 나면 마음도 깔끔하게 정돈되는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상쾌해진 마음은 안정감을 느끼고 활력을 되찾게 되며, 새로 시작할 에너지를 얻는다.


긴 휴가의 끝. 늘어난 고무줄처럼 느슨해진 의식(意識)의 끈을 몸에 맞게 맞출 때다.

나의 경우, 이럴 때면 몸을 움직여 정신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예를 들면 등산 같은 것이다. 걷고 걸으며, 천천히 오르며, 길을 따라 우거진 나무들과 호흡하며, 지금 내가 선 자리가 어디인지 또 어느 시기를 지나고 있는지 인식하는 시간을 갖는다. 긴 휴가 동안의 나태와 게으름을 털어낸다. 처서에도 불구하고, 턱밑까지 차오르는 더위에 물줄기가 되어 흐르는 땀과 함께, 편안함에 길들여지려는 안일함도  씻어낸다. 헉헉 차오르는 숨, 무거워지는 다리, 그럴수록 가벼워지는 마음, 또렷해지는 나의 지금, 맑아지는 정신.


깊은 호흡. 가지를 뻗어 크게 호흡하는 소나무처럼 조바심 내지 말고 의연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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