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웃으며 자주 말하곤 했다. "이렇게 예쁜 지구를 두고 어떻게 떠나!" 나이를 더해갈수록 자연의 모든 것이 좋다. 계절이 흐르고 그 계절만의 고유한 아름다움 안에 나로 완전하게 존재하는 것! 마음이 충만해지는 순간 속에 머물고 있으면 생은 눈부시도록 찬란하고 아름답다. 급기야 영원히 이 아름다운 순간들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바람을 입 밖으로 뱉어내곤 한다. 나이를 더할수록 죽음은 더욱 가까워지니 나도 모르게 '언젠가 볼 수 없는 순간이 오겠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살아보지도 않은 세월을 미리 걱정하고 아쉬워한다.
"뭘 할 때 가장 좋으세요?"
"......, 음, 저는 자연 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안하고 좋은 것 같아요."
직장 동료의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봄이면 연두색 새순과 봄비로 촉촉해지는 흙, 온갖 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보고 싶어서, 여름이면 해가 뜨기 전 그리고 해가 시들해진 저녁 산책이 좋아서 장맛비 내리는 운동장을 맨발로 걷고 싶어서, 가을이면 온통 물든 나무가 보고 싶어서 낙엽이 쌓인 거리를 걷고 싶어서, 겨울이면 하늘 향해 뻗은 빈 나뭇가지 사이로 차갑고 파란 하늘이,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덮인 설경이 보고 싶어서 나는 안달이다.
'계절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1년 365일 같은 계절이 반복된다면 어쩌면 생에 대한 집착이 좀 덜했을까?'
그러니 계절이 생을 지속하게 하는 큰 힘이기도 하다. 변화 속에서 나 스스로 새로워지고 '이대로 좋다'라고 긍정하게 된다.
하루는 책에서 본 내용을 남편과 이야기 나누는 중이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가 걱정이 되어 1층으로 이사를 했다는 남편의 이야기였다.
"이해가 되긴 해. 가끔 17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 게 끝이겠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너, 지구 좋아하잖아!"
뜬금없이 남편은 대꾸했다.
"하하. 맞지. 나 지구 너무 좋아하지."
남편은 살짝 겁이 났을까. 괜한 걱정을 끼쳤다. 남편 말대로 나는 지구가 너무 아름다워서 오래오래 머물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