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현판을 달았다.
마음이 향하고 원하고 움직이는 대상을 알아차리는 일, 가까이 다가가는 일, 시간을 쓰고 의미를 만드는 일은 행복을 경작하는 과정이다.
쉼터의 현판을 소박하게 만들었다. 한 달 넘게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결국 처음 생각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느루뜰'로 결정했다. 순우리말 '느루'가 가진 뜻이 시골 생활을 시작하며 명심하고자 했던 우리의 지향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이다. '느루'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속적으로 꾸준히', '무리하지 않고'라는 뜻을 갖고 있다. 무리하지 않고 대신 사부작사부작으로 바꾸었다. 나는 일을 두고 못 보는 타입이다. 일을 보면 나도 모르게 서두르게 된다. 시골 농사일은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하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할 것이다.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 서두름은 덕 될 것이 없다. '사부작사부작'은 세 가지 중에서 스스로 가장 명심하고 실천하고자 노력할 점이다.
'10평 남짓 쉼터에 현판까지야?' 하며 누군가는 쓸데없다고 여길 수 있다. 현판은 쉼터의 이름이고 지향이며 '길들이고 길들여지기 위한' 첫 단추 끼움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으로 시작했다가 시골생활의 불편함, 고단함, 단조로움 등에 회의를 느껴 2~3년 만에 접는 일을 심심찮게 듣고 보았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부디 서로 길들이며,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에 민감해지는 소중한 공간으로 오래도록 책임지고 싶다.
장미꽃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네가 나를 기르고 길들이면 우린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 테니까.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오직 마음으로 찾아야 해.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 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린 왕자> 중에서
얼마나 사랑하는가 궁금하면 들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면 된다.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 사람에게는 나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 자꾸 더 쓰고 싶다. 쓰도 쓰도 모자람을 느낀다. 시간을 쓰는 만큼 소중해진다. 내 쪽에서 길들인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면 길들여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책임이라는 무거움까지도 흔쾌히 지는 것이 사랑임을 묵직하게 깨닫는다. 아마도 그런 과정일 것이다. 사막에서 숨어있는 우물을,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은 오직 그 사람의 마음만이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