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중 한창 즐겨보던 프로그램 2개가 있었다. 공중파에 나오는 '결혼지옥'과 종편 방송에서 기획한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 평범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기도 하고, 때로는 짠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등 감정선이 꽤나 깊게 들어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인지라 눈길을 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픽션은 당연히 들어가 있었겠지만, 남의 가정사를 티브이나 유튜브를 통해 들여다본다는 게 참으로 흥미로웠다.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는 없다는 생각으로 방송사에서는 기획을 했었겠지. (내가 그 시청자였고.)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의 경우, 내 상식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미성년의 남녀가 아이를 키우는 과정을 소재를 다루는 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매주 월요일 밤마다 박 터지게 싸워대던 부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결혼지옥'이라는 프로그램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 부부의 삶과 다른 면모를 보여줬던 터라 나에겐 굉장한 센세이션이었다.
실제로 아이가 잠든 밤 시간을 이용해 시즌제로 진행하는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은 대부분 시청을 완료했고, '결혼지옥'의 경우도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어떤 일화가 있었는지 챙겨보곤 하던 나였다.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내가 무의식적으로 전제를 둔 사항이 하나 있었다. '내가 그들보다 더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라는 비교 우위 사고.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부부들과 같이 지지고 볶고 싸우지도 않았고, 성년이 되어 책임감을 갖고 결혼을 했다는 평범한 사실에 부끄럽지만 이런 자기 위안적인 생각을 갖고 시청을 하곤 했었다. 심리적인 보상이라도 받고 싶었던 탓이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직장인으로서 아등바등 현생을 살아가는 내 삶에 자기 위안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물론, 시청하며 내 사고를 통째로 뒤바꾸는 에피소드도 몇몇 보이기도 했다. 아이를 올바르게 키워가며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싱글맘의 이야기도 있었고 사업체를 꾸려 수십억 매출을 움직이는 사장이 되기도 한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을 적도 한두 번은 아니었다. (정말 멋있었다.) 이혼 위기까지 갔던 부부들의 회복 영상을 보면서 그들의 삶을 응원하기도 했었다.
인간은 비교의 동물이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에게는 질투와 시기를 보내기 마련이며, 나보다 못나다고 생각한 자에게는 연민을 가장한 동정,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사고를 하기 마련이다. (나는 아니라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나는 당시 비교의 대상을 잘 못 잡았다. 나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보면서 대리만족해 왔다.
'우리는 아닌데, 우리는 저렇게 안 사는데, 힘들어서 어쩌냐.' 등의 말을 내뱉으며, 하나도 괜찮지 않은 내 삶을 억지로 위로하곤 했다. 나 또한 여러 문제를 갖고 사회와 부딪히며 살아가는 한 사회의 구성원에 불과한데 말이다. '똥 뭍은 개가 겨 뭍은 개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 똥 뭍은 개가 바로 나였다.
미성년 부모도 이혼을 앞둔 부부도 결국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보다 나아진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방송을 출연했을 것이다. 언제가부터 나 또한 이들과 같이 시선을 보다 고개가 꺾일 정도로 기왕이면 높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가려 한다. 더 이상 내 살을 깎아먹는 것과 같은 프로그램 시청은 웬만하면 지양하려 한다. (복직 이후 티브이를 볼 시간이 없음에 오히려 감사하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관련 콘텐츠가 자주 노출되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긴다.)
주변의 삶이 나와 같다고 해서 또는 나보다 조금 못하다고 해서 그 삶에 머무르지 않은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경험해 본 바, 나아지는 건 전혀 없다.) 인간은 도전하고 성취했을 때 희열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동물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제 더 높은 만족감과 성장을 위해 높은 곳을 바라보며 부딪히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부딪히고 깨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집중하며 성장한다는 것을 믿는다.
본인이 머무르는 게 좋다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좋다. 단, 타인의 성장을 진심으로 축하할 줄 아는 대인배가 되길 바란다. 남을 끌어내리려는 생각은 오만함 그 자체이며, 스스로 삶의 패배를 인정한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나는 더 이상 과거에 젖어 살지 않고 현재에 삶에 만족하지 않으려 한다.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며, 한 발자국씩 내딛는 일이 우리 가족을 위한 최선의 방향이라 믿어본다.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지금 당장 한 발 내딛는 우리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