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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대체 불가능한 사람입니까?

by 자향자

일반 공무원의 정년은 다들 만 60세이다. 현재의 내 나이 기준, (철밥통에 밥이 없긴 하나) 나는 약 20여 년 정도는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근무를 당분간 이어나갈 수 있다. 이 말은 민원인의 감정쓰레기통의 역할을 20년 동안 자처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며, 비탄력적인 조직 내 특유 문화에 순응해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너무 비관적이지 않냐고 묻는 이도 당연히 있게 마련이니, 공무원의 장점에 대해서도 한번 써볼까 한다. 안정적인 직업인 특성상 신용도가 높아 대출을 받을 때, 큰 어려움이 없다. 더불어 육아휴직, 요양휴직 등 나도 정확히 모르는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즐비해있다.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며, 한번 시행된 제도는 웬만하면 꾸준히 가져간다.) 어찌 보면 실보다 득이 많은 것과 같이 보이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여기에는 어떤 문제가 도사리고 있을까?



바로 타성에 젖게 된다는 사실이다. 공무원에 입사하게 되면, 처음에는 딱딱한 조직 문화와 구태연하기 그지없는 회사 생활에 거부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시기를 무사히(?) 보내고 나면 그 이후 우리네 공무원의 삶은 별반 다를 바가 없어진다.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 상대적으로 눈치를 덜 보면서 사용할 수 있는 연가 등의 휴가, 휴직 제도 등의 편안한 환경에 젖어들며 스스로 변화됨을 거부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마련이기 때문이겠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메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 중, 제일 근간이 되는 1단계 '생리적 욕구'를 지나면 2단계 욕구인 '안전의 욕구'라는 단계를 맞이한다. 개인적으로 이 단계에 가장 적합한 직업이 공무원이 아닐까 싶다. 인간은 본래 편안함과 안정을 추구하는 동물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10년, 20년 그리고 30년을 안정적으로 보내고 나면 당연히 공무원에게도 정년이라는 녀석이 찾아온다.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어느 뉴스 기사에 따르면 인간의 수명은 2023년 기준 83.5세로 1950년대 52세보다 무려 30년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만 60세 이후 찾아오는 23.5년의 기간 동안 퇴직한 공무원은 금전적인 부담 없이 무탈하게 남은 생을 살아가며 눈 감을 수 있을까? (공무원 기준이며, 일반 사기업의 정년은 더 단축되겠지.)



여기서 여러분에게 질문 하나 하고 싶다 공무원은 대체불가능한 적업일까?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수두룩 빽빽일 것이다. 여러분의 말이 맞다. 하는 일은 비슷하고 적응 기간만 거친다면, 웬만한 일은 누구든 해낼 수 있다. (학력이 무관할 정도) 이 말은 언제나 대체가능한 부품과 같은 직업이 공무원이라는 말이 될 것이다.



설사, 담당 업무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다 해도 상관은 없다. 시간을 버티고 갈아내다 보면 인사이동의 시기가 다가오고, 그 시간도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되면 고충 제도를 활용해 볼 수도 있으며, 최악의 경우, 휴직 제도까지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다른 인원으로 빠르게 메꿔진다. (부품과 같다.)



서두에서 말한 바와 같이 공무원은 웬만하면 해고되지 않는다. 일을 안 하는 사람이 오히려 유리할 정도이니 말은 다 했다.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그만큼 자기 발전하기 쉽지 않은 세계가 바로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되겠다. 대부분의 우리네 공무원은 현실에 타협하며 안주하는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묻는 공무원도 있겠지? "나는 취미도 많고, 진취적인 사람입니다." 또는 "인생에 돈은 전부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이들 말이다. 지당하신 말씀이겠다. 그러면 다시 한번 물어보겠다. "그럼 당신의 취미로 자기 만족감 외에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금전적 부산물은 있는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왜 그놈의 월급명세서만 보면 우리들은 한숨을 쉬고 있을까?"



만 60세 이후, 당신의 삶을 지탱해 줄 무언가가 있는가? 쉽사리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돈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오히려 돈의 노예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집 값은 내려갈 거라며, 공무원 월급을 인상해야 한다며 하염없이 외쳐대기만 하는 그들은 인생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공무원 연금을 믿고 있는가? (현직인 나도 공무원 연금은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현재 팀장, 과장급 단위에서만 어느 정도 보장 가능한 제도라 나는 생각한다. (평사원은 연금을 메꿔줄 뿐이다.)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 나만의 무기를 만들어 뾰족하게 날을 갈아, 어느 전쟁터세서도 맞서 싸울 수 있는 이가 되어야 한다. 나는 충분히 대체 가능한 사람이다. 언제나 대체 가능한 사람으로 뾰족한 무기 하나 없고, 무딘 도끼 몇 개만 가지고 있을 뿐 인생을 변화시키기 위한 무기는 부끄럽지만 수중에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안주하지 않으려 한다. 글을 쓰고, 독서하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며, 지금 바로 실행할 수 있다면 시도를 머뭇거리지 않는다. 배움에 돈을 아끼는 것을 머뭇거리지 말자. 훗날 나와 여러분의 인생 지표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읽고 싶은 책이 있거나 듣고 싶은 강의에 나가는 돈이 아깝다면 용돈을 줄이거나 집에 있는 물건을 팔아서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익혀보자.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활용해 내 것으로 만들고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이런 긍정적인 선 순환이 생기게 되면, 본인 인생에 자신감이 생기며 조금 더 넓고 다양한 지식을 자연스레 갈구하게 된다. 그 덕분에 나는 평생의 내 소원이었던 출간까지 이루어냈다. 올 한 해, 본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자. 여러분과 내가 시도한 성공 또는 실패의 경험이 20~30년 후의 당신을 분명 더욱 빛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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