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어느 시청 또는 구청 사무실 한편에서 공무원들이 분주히 결산 심사 준비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결산 심사는 작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예산과 집행 내역을 정리하고 검토받는 과정이다. 올해 기준이 되는 해는 작년 2024년이 되겠다.
한 해의 사용한 금액을 정리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만은 아니다. 여러 팀이 있는 부서의 예산은 정말이지 방대하며, 이 예산을 정리하고 최종 수합하는 자는 아마 눈알이 빠질 거다.
이렇게 작성된 결산 자료는 지방의회로 제출된다. 그리고 또다시 투명하게 지출됐는지 검사를 받게 된다. 한마디로 결산심사의 전 과정은 긴장과 고됨의 연속이다.
7급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창피하지만 내게 이런 작업은 생소하기만 하다. 공무원 경력 대부분을 동사무소에서 보내서 그런지 결산심사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고, 그간 이렇게 큰 금액을 정리해 본 경험도 전무했다. 개념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게 '결산심사'다.
나는 숫자에 약하다. 작년 9월, 2025년 예산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이월되는 예산을 보고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틀리면 어쩌지?'라는 불안 속에 제출했던 자료들 덕분에 예산 관련 문서만 내려오면 나는 언제나 몸서리친다. 사실 무섭다.
'언제까지 그렇게 피해 다니기만 할 거야?' 혼자 되뇌었다. 어차피 당분간 계속해야 하는 일인데, 매번 어물쩍 넘어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이럴 순 없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숫자와 친해지기 위해, 무자비한 숫자와 재무 시스템과 싸워 보기로 말이다. 더불어 아직 구청에서 근무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아내를 위해 이번 게임에선 무조건 희망을 만나보기로 했다.
그녀에게 구원투수가 된다는 것. 멋지지 않은가? 조금 창피할지도 모른다. 7급 공무원이 그것도 모른다니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묻고 배우며, 숫자를 정복해 볼 요량이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 결산 심사,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들어 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