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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처음 만나던 날

by 자향자

그들이 처음 만나던 날이 기억난다. 2017년의 봄, 몇 날 며칠이었는지 정확하진 않지만 그날의 날씨와 공기, 장소 그리고 분위기만큼은 내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그날의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기 그지없었고, 공기는 청량함이 가득했다.



이즘 되면 이날 누구를 만났을지 아주 조금은 궁금하지 않은가. 그날은 바로 아내와 결혼하기 전, 지금의 나의 아내가 부모님을 공식적으로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결혼한 이들이라면 감각적으로 알 수 있는 그 느낌. 아마 본능적으로 기억날 것이다. 설령 결혼을 하지 않았던 이라도 우연히 이성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게 된 그날의 느낌 정도라 생각하면 좀 이해가 될까.



부모님과 첫 만남에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던 그녀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나의 아내도 그날만큼은 꽤나 진지했으니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결혼을 하기 위해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 그 어느 누군들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장모님을 처음 만난 날, 그랬던 것과 같이 아내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수원에 살고 있던 우리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아내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오만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왔겠지만 멘트를 쥐어짜 냈을 것이고 내가 지금의 장모님께 그랬던 것처럼 잘 보이려는 나름의 자기소개를 준비했을 것이다.



수원 신분당선의 한 역에서 아내를 만났다.


"조금 긴장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돼. 상견례 자리도 아닌데 뭐. 괜찮아."


아내와 부모님은 수원에 위치한 한 몰에서 만나게 됐다. 공식적인 상견례 자리는 아니었던지라, 크게 힘을 주지 않은 퓨전 레스토랑 느낌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안녕하세요."

"그래요, 만나서 반가워요. 오느라 힘들었죠?"

"아녜요."


어색한 공기를 흐름을 캐치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가벼운 이야기로 적막감을 없앴다. 나야 내 부모인지라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만, 아내는 나와 같이 쑥스러움이 많은 성향인지라 고전했을 법도 했다. 이를 알고 계셨을 부모님께서는 분위기를 풀어주고자 굉장히 노력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향자가 잘해주나요?"

"네, 그럼요. 그래서 만나고 있는 걸요."

"못 되게 하면 나한테 꼭 말해요."

"네 그럴게요."


번외의 이야기지만 내가 아내와 싸우거나 속을 썩이는 일들이 있었어도, 아내는 지금껏 나의 부모님께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꺼낸 적은 없다. 결국 우리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셈인 걸 아는 갠가 보다. (물론 나 또한 그러하고.)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나의 부모님은 지금의 내 아내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게 모르게 관찰하셨을 게다. 이와 동시에 나와 아내에게 한 가지 당부를 하셨는데, 종교활동에 대해서 만큼은 중요시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건네신 게 전부였다.



아내는 부모님과의 결혼 면접에서 그렇게 합격한다. 그 이유를 부모님께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싹싹하고 예의가 바라. 그리고 생글생글 웃는 게 좋더라."


그 짧은 한 문장에 많은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있었다. 신뢰감을 비춰준 나의 부모님의 한마디로 인해 그날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위한 5부 능선을 담담하게 넘기게 된다.



부모님을 만남을 종료하고, 나의 아내는 홀로 지하철을 타고 본가로 향했다. 지하철 안에서 한시름 긴장을 내려놓았을 것이고, 장모님께 연락을 드리며 어땠는지 상세하게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메시지도 주고받았겠지. 지하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 내용이 어땠는지 궁금하진 않다. 그저 우리가 결혼할 수 있도록 오작교를 만들어준 데에 대한 감사함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을 뿐이다. 우리 부부의 모든 삶에 지하철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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