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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독립적인 사람입니까

by 자향자

어린 시절, 나는 겁이 많았고 의존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중 특히, 엄마에게 항상 많이 기대며 자랐고, 그 습관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한동안 지속됐다. 대학 졸업 후 변변찮은 내 실력에 백수 생활이 길어지면서 내 삶은 점점 더 무너져 갔다. "부모 곁에서 아마 평생 살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나를 짓눌렀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정말 운 좋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정말 운이 다했다.) 그럼 이후 내 삶은 180도 바뀌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부모님 곁에 머물며, 독립하면 삶이 오히려 더욱 힘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독립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던 내가 결혼을 통해 삶을 완전히 바꾸어냈다. 맞다. 내가 부모님 품을 벗어난 결정적인 계기는 결혼 덕분이었다. 인생 최대의 전환점을 맞이하며 나는 물리적 그리고 정신적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길을 이끌어준 지금의 나의 아내 덕분에 부모에게 의존하던 습관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부모님은 내게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며 살아야 한다." 내 부모님이 늘 강조했던 말이다. 그 시절엔 그 말이 정답처럼 들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음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실례로 내 집 마련에 대해 고민하던 어느 날, 부모님께 집을 사고 싶다고 조언을 요청드렸다. 아버지는 내게 뭐라고 했을까. "사회 초년생이 무슨 집이야. 돈도 없잖아." 그렇게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우리는 결국 집을 매수한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부모님은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진정한 독립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옆에 있는 부모뿐만 아니라 회사나 지인에게도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그때부터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공무원인 내가 말하니 아이러니할 수도 있지만, 평생직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공무원이 퇴직한다고 가정해 보자. 다음 주면 새로운 사람이 내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우리는 정말 대체 불가능한 존재일까? 인생을 온전히 나의 선택으로 흘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부모님이 내리는 결정도 항상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스스로 선택해야 후회가 적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을 수 있다. (내 결정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행복은 얼마나 홀로 잘 견딜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더 이상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겠다는 다짐. 그것이야말로 나를 성장시키고 보다 성숙할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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