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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원고 수정, 7할을 넘어서며

by 자향자

지난 목요일, 드디어 4차 원고 수정을 마쳤다. 나의 어설픈 글이 편집자에 마음에 든다면 이대로 탈고가 진행될 것이고, 반대로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한 번의 원고 수정을 더 거쳐야 한다. 지금의 내 심정은 원고 수정이 추가로 진행되길 바랄 뿐이다.



출근길 차 안에서 내 인생 두 번째 책은 시작되었다.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삶을 살아온 나를 표현할 소재가 마땅치 않았다. (사실 자기 자신만 모를 뿐이지, 모두의 이야기는 스페셜 그 자체다.)



OO 소재는 어떤 지 아니면 △△으로 책을 내보는 건 어떤지, 운전 중인 아내에게 수십 번은 물어봤다. 23번째 즈음 됐을까? 아내의 귀에 걸리는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나의 삶과 평생 함께해 온 '대중교통'이라는 소재. 이를 책으로 옮기면 어떻겠냐는 나의 말에 아내는 긍정적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며, 원고를 쌓아갔다. 생각보다 쉬이 써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저 소박한 내 인생을 기록하는 일에 불과했으니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30개의 글로 브런치북 연재를 마무리하고 추가로 8개의 글을 매거진 형식으로 발행했다. 그러곤 자신감 넘치게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다.



이전의 에피소드를 봤다면 기억하겠다만, 출판사 대부분은 내 원고에 회의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한 출판사와 인연이 닿았다. 지난 나의 첫 번째 책 『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을 내는데 손을 내밀어 준 OO출판사.



이번 4차 시 원고 수정에 이르기까지 한 달이란 시간이 투입됐다. 이번 작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편집자의 원고 수정 제안에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고 멍 때리는 날도 많았고, 내가 썼지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문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이는 날도 허다했다.



교정 그리고 교열을 거치며, 나의 한계를 체감했다. 내 생각을 하나의 문장으로 깔끔하게 풀어내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쓸 수도 없는 나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책 보다 훨씬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정말이지 이번 작업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수정을 하면 할수록 '과연 책을 내는 게 맞는 일인지.' 계속 되물었다. 안 그래도 졸보인 내가 스스로 자멸할 상황이었다. 그래도 나의 글이라며, 내 글을 사랑하자며 이렇게 4차의 원고 수정까지 마쳤다. 세상에 나를 알리기 위해 어쨌든 나는 칼을 뽑아 들었고 머지않아 탈고로 무를 베어보려 한다.



SNS에 베스트셀러가 됐다며, 자기 PR을 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사실 부럽다.) 짧고 굵은 메시지로 유저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문장 같은 건 나는 써본 적도 없고 잘 모르기도 한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가장 소탈하게 표현하는 게 나의 글쓰기다.



원고를 수정하며 글은 더욱 간결해졌고 의미 없는 미사여구는 한 움큼 덜어냈다. 애써 지어낸 문장을 지워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하철에서 또는 버스에서 가볍게 읽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하게 됐으니, 절반은 성공인 셈이다. (문장을 응축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책을 쓰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겸손히 되돌아볼 수 있는 고귀한 시간을 마련한다. 또한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글쓰기를 함으로써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배려심이라는 덕목 또한 겸비할 유인을 제공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진화하는 문장력은 덤이다.



야근을 마치고 아이를 잠깐 보다시피 하고 스터디카페를 쉴 새 없이 들락거렸다. 눈이 벌게지도록 노트북을 보며 문장을 읽었고, 멈칫한 문장에선 백스페이스를 눌러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며 문장을 매만졌다. 이제 곧 나의 인생 두 번째 종이책이 머지않아 세상에 공개된다. 책을 낼 수 있는 용기와 불편함 없이 글을 쓸 수 있는 나의 신체에 감사함을 전해본다. 끝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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