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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 삶이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면

by 자향자

이렇게 5차 원고 수정까지 끝이 났다. 편집자에게 제출을 완료한 셈이다. 후련한 느낌이라기보다 뭐랄까 조금 더 잡고 싶은 느낌이 강하다지만, 더 이상 쉬이 머리는 돌아가지 않는다. (그새 바보가 되었다.)



이번 5차 시 원고 수정에서 특별한 과정이 있었다. 출간 계약 이후 4차 원고 수정까지 단 한 번도 주변인에게 보여주진 않았던 나의 원고를 이번에는 아내 그리고 어머니에게 보여주며 피드백을 요청했다. 어떤 피드백을 줄지 참 흥미로웠다.



사실 내가 기대한 바는 사실 다음과 같았다. "고생했다."라는 한 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그럼 지극히 솔직하기 그지없는 그들은 무려 4차 시까지 어느 정도 수정이 진행된 원고를 보고 무어라 말했을까. 나의 어머니는 '그저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게 내뱉었고, 다른 한편 나의 아내는 이미지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를 뿜어냈다. (가족이 맞는지.)



그들의 피드백이 솔직히 얄미웠다. '진작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나는 그들에게 나의 어설픈 원고를 진작 보여주지 못했을까? 낮에는 어머니 그리고 밤에는 아내가 딸아이를 돌보던 탓에 내 원고를 봐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았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큰 패착이었다.)



당장 다음 주에 수정본은 제출해야 하고 , 피드백이 위와 같고 참 난감하기만 하더라. 그래도 그들의 말은 100% 사실이었다. 그들은 어떤 사람이던가? 가족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가장 나를 객관적으로 보아줄 수 있는 몇몇 사람 중 하나 아닌가. 그녀들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머니가 언급한 단어 하나하나 그리고 문장을 다듬고 아내가 요청한 사항을 반영해 사진첩 등을 훑어가며 새로운 이미지를 찾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힘을 쥐어짜 낸 셈이었다. 돌아버릴 것 같았지만, 일단은 마무리 지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원고 수정에 아마 탈고하기만을 기다리는 예비 작가들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나만 그렇다면 다행으로 생각한다.)



더 이상 머리에서 나올 무언가가 없어 큰 수정 없이 탈고를 선언했다고 가정해 보겠다. 그럼 나와 당신은 후련한 마음뿐일까. 당장은 후련하겠다만, 미래의 일은 모른다. 인쇄가 다가오며 검토 중 오탈자가 나오며 당신의 가슴이 철렁할 때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문장을 보면서 우리는 과연 무슨 생각이 할까. 출판사를 100% 믿는 건 잘못된 행동이다. (그 책은 출판사의 책이 아닌 당신의 책이다.)



"내일의 일을 훌륭하게 해내기 위한 최선의 준비는 오늘 일을 훌륭하게 완수하는 것이다."라고 엘버트 허버드가 말했다. 책을 내기로 결심했고, 당신을 알아보는 어느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원고를 다듬게 됐다. 지루하게 주야장천 이어지는 원고 수정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일을 무조건 완수해내야만 한다. 왜냐고?



출간 이후 당신이 누리게 될 엄청난 성취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주변을 둘러보라. 출간을 시도한 사람은 있는지 그리고 그중 종이책을 낸 사람은 도대체 몇이나 있는지. 아마 거의 없을 거다. 그중에 최초로 종이책을 출간한 한 사람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물론 종이책 출간이 무언가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설령 (나와 같이) 별거 없는 결과물이 나온다고 해도, 당신의 인생을 기록할 한 페이지는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원고를 끝까지 매듭짓기로 했다. 편집자에게 5차 수정 메일에 대한 회신을 보내며 요청했다.



"사나흘만 시간을 주시죠." 큰 맥락의 변화를 줄 순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소한의 오탈자를 남기는 일 그리고 내 이야기를 막힘없이 부드럽게 전달하는 일. 딱 두 가지뿐이다. 출간까지 8할을 넘어선 느낌이다. 그리고 끝이 머지않았음을 이제 아주 조금은 실감한다.



2025년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또 하나 이루어질 순간이 내 앞에 다가왔다. 원고 탈고는 출간 프로젝트에 대한 마감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탈고가 끝난 순간부터 여러분의 책은 홍보가 필요하다. 맞다. 이제는 나를 한 번이라도 더 세상에 널리 알릴 차례다. 만약, 내 보잘것없는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세상에 선보이려 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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