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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얼마 안 남았다

by 자향자

지난주 수요일,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 출판사 편집자에게 5차 원고 수정본을 보냈다. 본격적인 휴가를 맞이하기 전에 숙제를 끝내고 싶었고, 그 기분을 이어 원고에 대한 생각 없이 가족에게만 집중하고 싶었다.



편집자가 요구한 사항을 최대한 반영했음은 물론이거니와 내 원고이니만큼 가다듬을 부분은 싹둑 잘라냈다. 일전에 아내가 언급했던 이미지는 파격적으로 교체하는 등 막바지까지 대변화를 주었다.



편집자에게 이메일 회신을 보내고 여름 휴갓길에 올랐다. 부족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원고를 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항상 뒷심이 부족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더 손을 뻗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내게 그 말은 쉽게 적용되지 않더라. 어릴 적 태권도장 다녔다. 친구들이 다닌다고 해서 얼떨결에 다니게 된 태권도장에서 나름의 재미를 붙여 2년여 넘게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태권도장이 가기 싫어졌다. 승급을 하고 다시 맨뒤에서부터 시작되는 굴레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었나 보다. 아마 그 시절부터 뭔가 하나 진득하게 해내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 가정의 남편이 되고, 3살 배기 딸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급하디 급한 성격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 원고를 작성하는 일부터 시작해 투고를 진행하고 한 달여 넘게 진행된 5차 시의 수정까지 큰 볼멘소리 없이 다다른 걸 보면 사람이 아주 조금은 변하지 않았나 싶다.



올해 그토록 원하던 두 번째 출간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편집자 말에 의하면 특이사항이 없을 경우, 다음번에 최종 탈고를 요청한다더라.



별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 두 번째 책이 곧 세상에 공개된다. 아쉬움이 짙게 배어있는 책이 될지도 모른다만, 이번 책이 내게 주는 의미는 여러모로 남다르다.



어느 책에서 익히 보는 멋들어진 글을 전개하진 못했다. 그래도 탈고까지 해냈다는 뿌듯함 그리고 인생의 추억거리 하나를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건 충분한 의미가 있다.



어느 저명한 인플루언서도 아닌 그저 공무원 나부랭이에 불과한 내가 기록한 글이 종이책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고나 할까.



우리는 살면서 '족적'이란 걸 남기고 싶어 한다.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생육과 번식도 일환이 아니겠는가. 돈을 많이 버는 부자가 된다던지 저명한 유튜버를 꿈꾼다던지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 무언가는 모두 일종의 족적인 남기고 수많은 방법 중에 하나다.



박봉 공무원도 부자가 되는 꿈을 꾼다. 더불어 저명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도 동시에 바라본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더 빠르게 나의 족적을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 나는 글쓰기를 택했다.



나의 족적을 알리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지만, 내가 얻어낸 바는 무한하다. 내 삶을 회고하고 치유받고 동시에 비전을 그릴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하기까지 했으니 글쓰기는 내게 백해무익한 도구다.



여러분에게 감히 추천한다. 내 인생을 기록하는 글쓰기부터 오늘부터 시작해 보자. 이 기록은 조금씩 여러분의 마음을 보듬고 보다 성숙한 사고를 선사하게 될 것이다.



어느 날의 추억을 회상한 글의 꾸러미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려 한다. 필력이 화려하지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온전한 마음을 담아내는 게 내 글의 전부다.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도 이미 출간작가다. 얼마 간의 시간만 충분히 투입한다면 못 해낼 일도 아니다.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마지막 '탈고'까지 나는 있는 힘껏 쥐어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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