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다녀오고 하루 이틀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지난주 편집자에게 보냈던 이메일 회신 여부가 궁금했다. 메일함에는 스팸메일만 잔뜩 있고, 내가 원하는 그의 회신은 오지 않은 상황.
원고 수정 요청 사항에 대한 숙제를 빠듯하게 해내고 기한을 가까스로 맞추어 보내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메일을 읽었던 편집자였으니 내가 궁금했을 수밖에.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음이 조금 이상해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혹시 원고에 대한 추가 수정 사항은 없는지 물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 맞추어 보낸 나의 메시지에 숫자 '1'은 오후 늦게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뭘까. 이따금 늦은 확인을 하긴 했지만 그토록 늦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돌아온 회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업무가 많아서, 지연된 점에 대해 사과드림.' 흠. 그렇구나.
촉박하게 수정 시한을 줄 때는 그토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이 얄미웠건만, 책의 완성도가 높아가는 지금의 시간은 이와 반대로 느리게 흘러간다. (원고에 제대로 집중하지 않는다는 증거일까.)
나의 눈의 아닌 편집자의 눈을 한 번이라도 더 거치기 위해 어제 그에게 다시금 물었다. '수정사항 있을까요?' 더불어 책의 출간 시기도 함께 물어봤음은 물론이었다.
본래 9월 즈음 출간하길 바랐었다. 조금 여유 있게 천천히 원고를 곱씹어보고 싶었고, 지난번 책 보다 적은 오탈자가 나오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출판사의 드라이브는 강했다. 조금 더 빠르게 출간을 원했고, 그 속도에 맞추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원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런 그가 오늘 내게 회신을 보냈다.
'출간을 9월 초로 하는 것은 어떤지'에 대한 문의였다. 본래부터 9월 출간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합의 하에 이 시기로 잡았다면 어땠을까? 아주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렇게 하시죠.'라고 회신을 보냈다. 이번 주까지 원고를 확인할 수 있는 며칠의 시간이 부여됐다. 좋아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정확한 감정은 모르겠다.
어쨌든 현실이 그러하니 지금의 상황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그들이 내게 더 좋은 원고를 작성하라고 내준 시간이라고 생각 보련다. 긍정은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