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40분. 늘 같은 시간, 같은 칸에 몸을 싣는다. 창밖은 늘 비슷한 풍경인데, 마음은 매일 다르다. 지하철은 내게 출근길이자 사색의 공간이다. 누군가는 피곤함을 안고 졸고 있고, 누군가는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다. 나는 그 가운데에서 조용히 생각한다. ‘나는 오늘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올해 2월, 『지하철 타는 공무원』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했다. 우리네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대중교통이라는 존재가 내 삶에 어떻게 투영되어 왔는지 차분히 기록해보고 싶었다.
브런치북을 30편을 연재하고 나서도 못다 한 몇몇 이야기가 남아 10편의 글을 매거진 형태로 추가 발행하며, 인생의 조각을 또 하나의 글로 기록하게 됐다. 그럼 독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큰 반응은 없었다. 당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드라마틱한 사건을 전개한 것도 아니었고 도드라지는 성공을 기록한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의 인생 기록이었으니 흥미를 끌기엔 부족했을 테다.
내 나름의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지하철 그리고 버스와 함께 해왔던 그날의 순간을 곱씹어보며,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으니 말이다. (자기 위안 맞다.)
어린 시절 지하철을 처음 타보던 날, 그리고 민원인에게 대차게 욕을 먹고 지하철에 오르던 날, 버스 막차를 타고 어느 날 아버지에게 문자를 보내던 날, 모든 인생의 순간에 대중교통이 내 인생과 함께 했다.
내 인생의 기록이 책으로 출간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 브런치북을 시작하면서부터 원고 투고를 계획하며 연재한 글이기도 했으니 사실 도전을 안 해볼 이유는 없었다.
작년, 『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이라는 내 인생 첫 번째 종이책을 출간했다. 동반 육아휴직이라는 낯선 경험을 조금 유쾌하게 그리고 내 나름 진지하게 담아낸 책이었다. 결론적으로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출간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번 같은 출판사와 연이 닿아 두 번째 출간 계약을 맺게 됐다. 그간 수많은 원고의 교정 그리고 교열 과정을 거쳐 내 인생 두 번째 종이책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반복되는 출근길에서 평범한 삶의 단단함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책을 썼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서 마주한 풍경 그리고 사색에 잠겼던 순간을 담기 위해 부족한 필력이지만 진정 노력했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지는 우리네 직장인들에게 이 책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내가 버겁다.)
지하철과 버스는 우리 삶에 너무나 당연한 존재이기에 잊고 지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다.
첫 출근의 설렘, 승진의 기쁨, 탈락의 아픔, 그리고 김 부장에게 대차게 깨진 분노의 날까지 대중교통은 우리의 모든 삶을 알고 있을는지 모른다. 맞다. 우리는 대중교통이라는 공간에서 조금씩 성장해 왔다.
이 책은 특별한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당신만을 위한 책이다. 지루한 통근길에도 꿈과 희망은 늘 함께 타고 있다. 이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뿍 담았다.
꾸준히 살아가는 것만으로 당신은 이미 위대한 사람이다. 출근길 혹은 퇴근길, 그 어느 날의 당신의 삶을 떠오르게 만드는 그날의 추억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길 바란다. (책 홍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