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드디어 고대하던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올해 우리 가족 여행의 콘셉트는 '수도권에서 즐기기'다. 해외여행은 사실 엄두도 나지 않고, 그저 작년 여름 즈음부터 매달 10만 원씩 모아두었던 여행적금을 꼬박 모아낸 돈으로 국내에서 2박 3일의 여행을 즐기게 됐다.
회사에서 뽑기 운이 좋았던 아내 덕분에 여행의 첫날은 잠실의 한 호텔에서 하루 묵을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다. 호캉스라고 하던가. 사실 이런 류의 여행을 즐기진 않는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행운을 거머쥔 그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맞다. (그녀가 없었더라면 이런 기회는 없었다. 고맙다.)
어젯밤, 이른 아침부터 치밀하게 움직이자는 부부의 계획은 늦잠으로 시작부터 틀어졌다. 사실 출발부터가 안 좋았던 셈인데, 어느 누구도 일찍 일어나지 않을 것을 누구에게 탓하랴. (딸에게 탓할 순 없지 않은가.) 계획된 시간에 출발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다.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였으니 말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렘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여러분도 알고 있지 않은가.)
아내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잠실에 있는 L사의 호텔을 방문했다. 그 일대가 어느 대기업의 제국처럼 보이더라. 주차장으로 들어서며 아내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내가 이런 데 와도 되는 거야?" 호텔 로비가 79층에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기겁했다. 그날 우리는 91층의 어느 호실에서 꽤 괜찮은 하루를 보낼 기회를 얻었다.
한편, 이번 여름휴가의 목적은 단 하나다. 딸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추억 남겨주는 일 말이다. 딸아이는 이날 생애 처음으로 놀이공원을 방문했다. 익숙한 회전목마며 생소한 모노레일까지, 놀이기구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는 딸아이의 표정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빠, 나를 왜 이제야 데리고 왔어요.'라고 말하는 듯하더라. (미안하다. 잘못했다.)
그날 하루 만보 가까이 걸었다. 더위에 절어 우리 가족 모두 지칠 만도 했음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우리 부부 모두 아이에게 2025년 최고의 여름을 선사하기 위해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녔다. 미리 줄을 서고, 화장실이 급한 아이의 용변을 해결해 주고, 아이가 좋아하는 너구리 인형도 선사했다. (내 돈 26,000원)
내 어릴 적, 가족과 쌓은 추억의 수치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날을 딸아이에게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 스스로 최대한 아쉬움이 남지 않을 만큼의 경험을 자녀에게 선사하는 게 내 바람이라면 바람이겠다. (욕심 맞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세 가족은 신이 났다.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놀이공원을 방문해 회전목마를 두 번이나탔고, 모노레일이란 기차도 타봤다. 아내는 언젠가 한 번쯤 묵어보고 싶었던 숙소에서 잠을 잘 기회를 얻었고, 나는 그런 둘을 바라보며 흐뭇했다. (역시 내 사람들은 흥이 많다.)
이 둘 덕분에 나는 어떤 경험을 했을까? 아내로부터는 서울의 멋들어진 전경 그리고 야경을 내 두 눈으로 담을 수 있었고, 최고급 호텔에서 하룻밤 지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아빠로 살아가는 게 이토록 보람됨을 느끼는 날을 선사한 아이에게도 감사하다.
두 모녀는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다. 주말에는 재충전을 명분으로 무조건 집에서 쉬는 걸 선호하는 철벽 같은 나의 성향을 바꾸어준 인물이고, 긍정적인 삶의 전향자로 이끌어준 이들이다. 나는 언제나 이들을 사랑한다. 때론 무뚝뚝하고, 청개구리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어찌 그게 내 진심이겠는가.
내가 갖고 있는 최대한의 능력 그리고 아내의 지혜를 빌려 이번 여름휴가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보려 한다. 이번 2박 3일이 세월이 한참 흘러도 웃으며 회고할 수 있는 나날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