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육아휴직 중 작가가 되었다

by 자향자

아내와 동반 육아휴직을 시작한 2023년 2월의 어느 날,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행여나 여유가 생길 때마다 ‘삶의 어느 순간을 기록해 보자.’라는 심산으로 시작하게 된 브런치. 그날의 다짐이 내 인생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꽤 마음에 들었다. 감성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있는 이곳은 따뜻했다. 하루의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가는 일은 내게 삶의 의미를 부여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한편으로 이를 통해 조용한 치유가 이루어졌으니 말이다. 그만큼 글쓰기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루 이틀 잇달아 글을 내리 올리다 보니, 문장은 어느새 조금씩 길어졌고 글의 결도 점점 깊어졌다. 어느새 이곳은 나의 다채로운 생각이 자라난 울창한 대나무숲이 되어 있었다.


어디서 글쓰기를 배워본 적은 없다. 서투르지만 그저 내 생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어느 한 공간을 발견한 사실에 감사했다. 가끔 내 글을 읽고 진심 어린 댓글을 남겨주는 이름 모를 작가들과 소통하는 재미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즈음 작은 욕심이 생겼다. 책처럼 긴 호흡의 글을 써보고 싶은 바람이 샘솟았던 것. 정답은 실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내 경험을 브런치북에 담아 연재해 보기로 했다. 제목을 정하고 목차를 짜고 소제목을 구상하는 일은 설레는 작업이었다. ‘책은 이런 방식으로 쓰는 거구나.’ 그즈음 처음으로 출간에 대한 감각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렇게 시작된 내 인생 첫 번째 브런치북 『공무원도 부자 되는 게 꿈이다.』는 20화까지의 연재를 무사히 마친다. 마지막 연재를 앞둔 그날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후련함 그리고 아쉬움이란 감정이 동시에 밀려오는 순간을 과연 뭐라 표현해야 할까.



‘책을 한 번만 쓴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에 답하고 싶었던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부부의 동반 육아휴직 사연을 담은 두 번째 브런치북 『부부 모두 육아휴직해도 괜찮아.』연재를 다시 시작한다. 글쓰기에 어느 정도 체력이 붙었는지 30화까지 연재를 기획했다. 어느 날엔 다음 포털사이트 메인에 오르기도 하고, ‘요즘 뜨는 브런치북’ 순위권에 오르기도 하는 등 간간한 재미도 한몫했다. 어쩌면 브런치는 서투른 나의 글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브런치북을 마무리한 이후 나는 더욱 과감하고 대담한 결심을 한다. 그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던 출간을 진지하게 꿈꾸기 시작한 것이었다.


브런치북에 쌓인 글을 모아 원고를 만들고 작성한 출간기획서를 한데 묶어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수십 곳의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나의 원고였지만, ‘두드리면 열리리라.’라는 말이 있듯, 결국 나의 원고는 어느 한 출판사의 선택을 받게 된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출간이 브런치를 통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출간 계약을 맺고 원고 수정의 과정을 거쳐 2024년 11월, 내 이름이 기재된 인생 첫 번째 책 『엄마도 아빠도 육아휴직 중』이 세상에 공개됐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달성해 준 브런치에게 나는 어떤 감사함을 전해야 할까. 올해 역시 브런치에 쌓아 올린 글을 다듬어 다시 한번 출판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오늘도 지하철 타고 출근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또 하나의 책을 세상에 공개하게 됐다. (자가 출판 형식의 전자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은 덤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2년, 내 이름이 인쇄된 3권의 책을 출간하게 됐다. 브런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놀라운 재주가 있다. 작가라는 어설픈 꿈을 꾸었던 내게 브런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너의 글을 세상에 공개해. 그리고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라고 말이다. 우리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작가라는 꿈을 품은 이들에게 브런치는 가장 따뜻한 출발점이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 삶의 조각들이 어느 누군가의 마음에 온전히 닿기를 바라며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학 공모전에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