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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공모전에 당선됐다

by 자향자

지난 6월, 공직문학상 결과 발표가 있었다. 4월 어느 날부터 해당 공모전을 위해 두 달간 정성 들여 쓴 수필의 결과물은 '탈락'이라는 두 글자였다. 마치 쓰디쓴 소주 한잔을 들이켠 기분이었다.



간과하고 있었다. 세상에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 그리고 공무원 조직 안에도, 수려한 문장을 다루는 이들이 수두룩 하다는 걸 나는 진정 간과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올해엔 '겸손'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이후 탈락한 나의 글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대로 묵혀둘지, 브런치에 올릴지, 아니면 다른 공모전에 도전해 볼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실 어떤 결정을 내릴 틈도 없이, 이런 고민을 알리 만무한 회사는 내게 큰 업무 하나를 떡하니 던져주었고, 나는 이 고민을 한동안 묵혀두었다.



사내의 전쟁과 같은 거사를 치르고 나니 금세 8월이 찾아왔다. 지독한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릴 무렵, 숨이 턱턱 막혔지만, 삶에선 조금은 한숨 돌릴 틈이 생겼다. 그리고 지난번 묵혀두었던 글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간의 여러 고민을 뒤로하고 나는 결국 내가 쓴 글을 가지고 새로운 문학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각종 공모전이 한데 모인 한 홈페이지에서, 내 글과 결이 맞는 공모전 하나를 발견했다.



공직문학상보다 적은 분량, 얼마 남지 않은 마감 기한이었지만, 이미 써둔 글이라 일정 부분 다듬는 일만 진행하면 되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덧붙이기보다 덜어내는 작업이었으니 조금은 수월했다. 그렇게 응모를 하고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오전의 어느 날, 핸드폰에 문자 하나가 들어왔다. 또 스팸 메시지려나 싶었다만, 의외의 내용이 메시지에 담겨있었다. '수필 신인상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어느 공모전에서 탈락했던 글은, 그렇게 다른 곳에서 빛을 발하게 됐다.



인생은 참 알 수 없다. 우리는 한껏 기대를 담은 곳에서 실패라는 결과물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힘을 빼고 가볍게 지원한 어느 곳에서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이번 상황이 내게 그러했다. 행운이었겠지. 오프라 윈프리는 말한다. '행복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우연이다.'



준비한 자만이 찾아온 행운을 거머쥘 수 있다. 충분히 납득되는 그녀의 말이다.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진다. 내 안의 생각을 완벽하게 글로 기록해나가고 싶은 마음은 정녕 바람뿐일까. 2025년,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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