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후 복직한 남자 공무원 이야기
1년 6개월의 육아휴직을 뒤로하고 회사로 다시금 출근할 준비를 하게 됐습니다. 복직 한주 전 수요일 즈음 인사발령 통보를 받아 해당 주의 금요일에는 아내와 함께 각자 미리 근무하게 될 부서를 방문해 인사드리는 일정으로 본격적인 복직 준비를 알리게 됐죠. 아내는 동사무소로 발령이 났고 제 경우 구청의 한 부서로 배치를 받아 부부 모두 24년의 7월부터 근무를 다시금 시작하게 됐습니다.
출근 전 인사 드리러 가는 건 공무원 조직 내 관례 같은 건 아니고 저희 기준에서 찾아뵙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하에 방문드리게 됐습니다. 어려운 것도 아니고 실이 될 것은 전혀 없었으니까요.
아내가 복직 후 근무하게 될 동사무소에는 마침 제가 구청에서 근무하던 시절 팀장이셨던 분이 사무관(5급)으로 승진해 동장으로 해당 동사무소에 계신 덕에 아내와 같이 겸사겸사 인사드리며 꽤 괜찮은 시작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부부가 육아휴직을 했던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한편, 제 경우 구청의 한 부서로 발령이 나게 됐는데 부서 과장님 또한 신입으로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뵙게 됐던 한 선배 공무원 분의 남편 분이기도 했고 잘은 모르지만 그간 구청을 오가면서 많이 뵀던 분이기도해서 그런지 저 또한 큰 어려움 없이 인사를 드리며 발령 준비를 마치게 됐습니다. (과장님께서 잘해보자며 악수도 건네주셨답니다.)
복직 전의 두가지 일로 '사내에서는 적을 만들지 말라'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조직 내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둥그스름하게 지낸 것이 꽤나 중요한 처세임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마치고 함께 집으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아내와 함께 '일이 아닌 가정을 먼저 챙기자'는 다짐도 다시금 외쳤습니다. '일을 하는 이유는 가족을 위해서이고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한다.' 이 대전제는 저희 부부에게 평생 변하지 않을 디폴트 값으로 두기로 하면서요.
복직을 앞둔 마지막 주말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육아휴직 기간 중에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렀는데 말입니다. 아이와 정말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임무 같은 게 부여된 느낌이었습니다. 당분간은 휴직 때와 같이 오랜 시간 함께 지낼 수 없을 테니까요.
토요일의 아침 해가 밝았습니다. 엊저녁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은 채로 잠에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몸 상태가 악화된 느낌이었습니다. 제 경우 몸이 아픈 것 같다 싶을 때는 미리 병원에 방문해 주사도 맞고 약도 복용하는 편인데 시기를 놓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태가 정말 안 좋았습니다.
곧장 병원을 방문해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았습니다. "목이 많이 부어있네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보통 감기에 걸리면 항상 목이 부어있거나 하는 편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주사 한방 맞으면 금방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주사를 맞고 좀 쉬니 실제로 좀 낫는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요.
그렇게 토요일 저녁이 되자 약기운이 풀렸는지 다시금 몸이 슬슬 아파왔습니다. 체온계로 열을 체크해 봤는데 36.7도 정도로 수치상 열감이 오르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극히 정상인 거죠.) 그런데 몸은 왜 계속 아픈 건지 목도 아프고 몸도 무겁고 이 상태로는 쉽게 나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날은 저녁 먹자마자 일부러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땀 쭉 빼고 나면 한결 낫겠지 싶어서요.
다음 날 일요일이 아침에도 몸 상태는 여전했습니다. 열을 안 나는데 몸이 천근만근인 상태의 연속. 그렇게 복직 전 마지막 주말은 아이와 추억 하나 남기지 못하면서 7월을 맞이하였고 첫 출근하게 됐습니다. 오랜만에 출근에 긴장해서인지 아프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정신이 없었으니 아플 틈도 없었나 봅니다. 그렇게 요란한 첫째 날의 출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당연히 무거운 몸이 뒤따랐습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흘렀습니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도 잘 듣고 약도 안 빼먹고 복용 꾸준히 하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약이 안 들어서 그런가 하고 회사 근처에 있는 내과를 다시 방문해 주사도 맞고 처방도 다시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동일한 증상이 반복되니 내 몸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온열질환'이라는 병도 제 증상과 비슷해 보였고요, '열사병' 같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일해서 그런가?' 싶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설마 복직병인가?' '복직병'이란 '복직 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해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의 변화'를 지칭합니다. 당연히 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단어입니다. 다 괜찮다고 잘 해낼 수 있다고 마음으로 수백 번 다짐하고 입으로 내뱉기도 했지만 내면은 어쩌면 진심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해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는 시작을 앞두고 당연히 두려웠을 테니까요. (사실 지금도 무섭고요.)
그렇게 '복직병'은 장장 2주에 걸쳐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다시금 돌아온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이 제 마음속에서 2주라는 기간을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웃기게도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인 이후에는 정말 씻은 듯이 나았으니까요.
말과 행동이 일치 않는 순간. 어떤 방식으로든 다들 한 번쯤은 있으셨을 겁니다. 제 경우는 이번 복직의 건이 해당됩니다. 제 마음의 소리와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을 때 어떻게 되는 게 확인하게 됐네요.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 삶은 재미도 없을뿐더러 본인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처음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페달을 어설프게 밟아 중심이 무너져 고꾸라지기 일쑤이고 무릎에는 상처가 나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을 충분히 거치고 나서야 쌩쌩 신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죠. 휴직 기간의 행복했던 추억을 잠시 덮어두고 이제 다시금 회사원으로써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워나갈 차례입니다. 다시 시작된 회사 생활 안에서 의미 있는 인생의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는 새로운 시작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