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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남이 Aug 16. 2024

휴직했던 공무원은 복직 첫 달에 얼마나 받을까?

근로자라면 누구나 기다리는 그날. 월급날이 다가왔습니다. 1년 6개월 간의 휴직 후 오랜만에 정기적인 급여를 받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괜히 기대감도 생기고요. (맞아요. 저는 월급쟁이였습니다.) 복직하자마자 쉴 새 없는 전화와 다양한 민원 처리로 심신이 지쳐갈 무렵 가뭄의 단비 같이 '월급'이라는 녀석이 살며시 다가왔습니다. '금융치료'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사실 눈코뜰사이 없던 탓에 한 달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죽이 됐던 밥이 됐던 이제 월급을 받을 차례입니다.



참고로 제가 속한 지자체는 매월 20일에 기본급이 지급됩니다. 보통 공무원은 4번에 걸쳐서 한 달 치의 월급이 완성됩니다. 매월 초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복리후생비'라는 수당이 있고 10일 즈음을 기점으로 들어오는 초과근무수당, 20일에 들어오는 기본급 마지막으로 월말일에 들어오는 출장비 이렇게 4가지로 한 달 월급을 구성됩니다. (못 그만두게 찔끔찔끔 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월급도 참 공무원스럽습니다.)



지급되는 월급 중 월초 수당과 기본급은 고정되어 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초과근무수당과 출장비는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얼마나 갈아 넣느냐 또는 얼마나 현장 방문을 자주 하는 부서인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제 경우 복직을 한 경우여서 7월 월초 수당은 바로 지급받을 수 없고 8월에 두 달 치를 한꺼번에 지급해 준다고 지출 관련 부서에서 말해줬고, 초과근무수당의 경우 지급 기준이 전달의 초과근무분을 주는 것이기에 여기도 해당이 없었으며 심지어 출장을 자주 나가는 부서도 아니어서 제가 받을 수 있는 월급은 슬프지만 오롯이 기본급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도 거의 동일했습니다.)



이게 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한 가지 복병이 하나 더 남아있었어요. 바로 육아휴직 중에 미납한 '건강보험료'가 남아있었던 거죠. 총무과에서 내선전화로 휴직 중에 납부하지 못한 건보료 미납분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냐 물으니 5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내가 이렇게 오래 쉬었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한 푼이 아쉬운 부부에게 너무하단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분할 납부 할 거냐, 일시납 할 거냐' 묻길래 안 그래도 적은 월급 야금야금 떼이기 싫어서 한 번에 일시납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는 잔인했습니다. 2024년 복직 후 월급명세서에 찍힌 제 첫 월급은 '1,861,740원'입니다. 이는 2016년에 입사해 9년 차에 접어든 행정 7급 9호봉의 월급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잘 못 지급한 줄 알았습니다.  급여담당자가 착각한 것이 아닐까 싶었어요. 당연히 아니었지만요. 누가 공무원하라고 협박한 것도 아니고 공무원 하라고 등 떠민 적 없는데 제 발로 들어와서 이런 상황에 놓이니 억울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근로자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직장인은 세금을 애초에 원천징수 당하고 나머지 잔액을 월급으로 받게 됩니다. 여기에 공무원은 좀 더 특별하게 공제항목으로 기여금(공무원 연금)을 국민연금보다 조금 더 많이 떼갑니다. 월급 공제 전 기본급도 이건 뭐지 하는데 소득세다 뭐다해서 월급의 30% 정도를 공제해 버리니까 솔직히 말하면 일할 맛이 안나는 것 같습니다. 휴직했다가 복직한 거라고 쳐도 내년에 10년 차 되는 공무원에게 200만 원이 안 되는 현실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네요.



'국민을 위한 봉사자', '공복'인 공무원 맞습니다. 희생하고 봉사하는 자세가 당연히 필요합니다. 근데 봉사자이기전에 근로자인 것도 솔직히 맞는 말입니다.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가 '금융치료'라고 보는데요, 정도가 조금씩 지나쳐 가는 듯합니다. 공무원에게는 노동 3권 중 하나가 없죠. 바로 '단체행동권' 말입니다. 이걸 왜 빼놓았을까 싶습니다.



정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지만 저는 그전에 가족을 위해서 일하는 가장이기도 합니다. (쌀밥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이 정도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글쎄요. 저라도 다른 마음먹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지금의 저연차 공무원들이 '의원면직'을 하는 상황 저는 완전히 이해됩니다. 오히려 멋있다고도 생각하고 응원할 정도입니다. 용기가 없는 저로써는 현재는 상황 유지를 위한 삶을 도모하는 수단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으니까요.



1년 6개월 간 육아휴직을 했던 공무원의 복직 후 첫 달의 월급은 결국 200만 원이 채 안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열어본 월급봉투였음에도 아쉬운 마음이 뒤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살다 보면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그려볼 수 있을까요? 지금 이 시기가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중요한 기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현실에 만족하고 살 것이냐 아니면 다른 맘을 먹을 것이냐 저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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