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즈음이었을까? 지하철 출근길에서 광고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됐다. 붉은색 배경을 뒤로한 채 반짝거리는 오나먼트들이 즐비했던 광고 하나. 그렇게 나는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소식을 출근길에서 맞이하게 됐다. 지난 7월 복직 이후 회사, 집 그리고 육아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보내온 2024년의 하반기도 그렇게 끝을 달리고 있는 듯하다.
일 년에 딱 한번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그렇게 감성적이고 기분 좋은 날이 아닐 수 없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과 함께 개인적으로 이 날만큼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기쁘고 즐거운 일들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라보는 날이기도 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남다른 특별함 하나를 부여해본다고 한다면 딸과 함께 맞이하는 세 번째 크리스마스라는 점이겠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조금 아팠던 아이. 세상에 태어나 3개월 만에 수술대에 올랐던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속도감있게 회복하며 씩씩하게 자라왔다. 아무리 부모라지만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는데 이 부분을 당차게 스스로 헤쳐 나온 딸아이가 참으로 대견해 보인다.
그간 딸아이와 함께 보내온 성탄절이 어땠는지 잠시 되돌아보자면, 수술 후 엄마 품에 포근히 안겨 아이는 인생 첫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고 , 작년을 기점으로 아이는 두 발로 직립보행을 시작하며 두 번째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기억이 있다.
과연 올해는 더욱 폭풍 성장한 딸아이와 어떤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퇴근길에 올랐다. 지난 금요일, 아이 그리고 아내와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꾸몄다. 유튜브에 흘러나오는 캐럴에 맞추어 트리에 반짝이는 전구를 휘감고 장식을 하나씩 걸어본다. 딸아이는 본인의 최애 캐릭터인 뽀로로 장난감도 장식품이라며 트리에 하나씩 얹어주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박장대소를 해댄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는 크리스마스가 찾아올 무렵이면 언제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주셨다. 아버지는 당시 정말 엄하셨는데, 이런 면과 다르게 크리스마스트리 하나는 언제나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끝내주게 만들어주셨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 손수 트리를 장식해 거실에 두곤 하셨으니 가족을 위한 정성이 진심이셨다고밖에 볼 수 없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뚝뚝한 아버지의 내면 어딘가에도 '어린 소년의 감성'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버지의 이런 모습을 수십 년 간 지켜보며, 나 또한 딸아이 그리고 아내에게만큼은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내가 경험했던 특별함과 포근함을 그대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나는 꽤나 감성적인 사람이다. 예를 들어 설명절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며, 추석에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감성에 젖고, 새해 시작되는 연초의 설렘과 연말에만 느낄 수 있는 아쉬운 감정에 진심인 사람이다. (한 때는 나 스스로 이성적인 사람이라 착각했던 적도 있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에는 가족에게 더욱 온전히 쏟아보려고 한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동기를 제공해 주는 우리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사실 많진 않다. 돈이나 장난감과 같은 물질적 것들도 함께 전했으면 좋겠다만 지금 내가 가족에게 전할 수 있는 것은 진심 어린 마음뿐이다.
그런데 문득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이는 밤잠을 설치던 어느 날 우연히 본 유튜브 하나에서 영감을 얻게 된다. '가족'이라는 가장 중요한 본질은 뒷전에 두고 당장 앞에 닥친 '회사일'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냐며 내
자신의 내면 분위기를 환기시킨 어느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그렇다고 내가 일만 주야장천 해대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그건 또 아니긴 하지만.
근로자는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회사일도 하고, 가족도 돌보며 모든 것을 해내야 한다.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근로자는 아마 후자보다는 전자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을 확률이 높다. 복직 후 어느샌가 다시가족보다는 회사 중심의 삶을 다시 시작하게 됐고,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순간에도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마음속으로 수천번 생각하지만, 돌아온 현실에서는 그렇게 행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성장해가는 딸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 요즘이다. 굉장한 시간과 실행력이 필요하겠지 싶지만 지레 겁먹어보려하진 않는다. 그런 경우에 되던 것도 안 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2024년 12월 다가올 크리스마스에 여러분의 가정에 행복과 기쁨이 흘러넘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리고 별거 하나 없더라도 한껏 들뜬 마음으로 이번 크리스마스를 맞이해보자. 인생은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