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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아나 Jul 03. 2017

언젠가 내가 날 사랑했으면 좋겠어

다른 누가 아닌 나부터 사랑했으면 좋겠어

전 항상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길 바라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라요.
  

전 항상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내가 되길 바라요.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라요.


열등 감속에 살아야 했던 성장기와 결혼식 전 날 파혼이라는 상처로 자존감이 무너진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말했다. 


'난 내가 여전히 애틋하고 잘되길 바라요.'


타인의 상처와 트라우마에 대해 내가 감히 널 이해한다고 할 순 없지만 자존감이 무너진 그 상황에서 그녀는 그저 살기 위해 비루한 삶을 끝내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제 멀쩡해 보이는 내게 친구들은 말했다. 이제 일도 하고 연애도 하면서 다시 살아가라고.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내게 친구들은 무슨 준비가 필요하냐며 크게 웃었다. 나는 함께 누런 이를 드러내며 입가를 찢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날 사랑해야지.'


이제 이유도 알 수 없다. 내가 왜 날 혐오하게 되었는지. 왜 더 이상 내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멀쩡하게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으면서 이제 다시 일하기 싫다며 심지어 청소, 끼니 때우는 것도 귀찮다고 뒹굴거리며 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고 잠자리에 누워 잠시 생각한다. 


'나는 진짜 인간쓰레기야'



언젠가 내가 나도 사랑하길 빌어야지.


이번 일이 끝나면 오래 간직한 사랑을 고백해야겠다며 주인공에게 상담을 요청하던 게임 캐릭터가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사내가 자조적 웃음을 흘리며 저런 말과 함께 말을 끝맺었다.


인류의 존속이 걸린 상황에 내몰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면서도 사랑을 버리지 않았고 언젠가 자기 자신마저도 다시 사랑하게 되길 빌고 있었다.


이제 영영 내가 다시 날 아끼고 애틋하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내가 날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랬던 나에게 가공된 두 인물은 비슷한 상황에서 두 가지의 대처법을 보여줬고 그 대처들은 내게 작은 울림을 주었다.


그저 무력감과 자기혐오에 날 던지고 날 파괴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던 나보다는 훨씬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내가 다시 날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위해 시작했던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도 어느덧 망가져있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이런 쓰레기 같은 인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나도 무엇인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매일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 그래도 된다면 이런 내게도 조금은 욕심이 있어도 된다면 언젠가 내가 다시 날 사랑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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