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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vin Dec 12. 2017

아내, 영선

와이프에게 보내는 글


반짝이던 젊은 날이 조금 지나

마흔 고개를 넘어가는 겨울 아침


나보다 먼저 눈을 뜨고 책상 앞에 앉은 당신 뒷모습,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당신의 예쁜 두 눈


새로 산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낸 후 오렌지색 머그컵에 담아 건네는 당신 하얀 손


스타킹을 신을 때 부쩍 건조해졌다며

매만지는 당신의 작은 발

그 작은 발로 얼어붙은 출근길을 콕콕 찍으며

걷기 불안한지 내 팔을 꼬옥 잡고는,


언제 챙겼는지 외투 주머니에

쏙 넣어주는 감귤 두 개.


서울을 피해 잠시

추운 겨울 바다를 마주하고서야

나는 당신에게 따듯하지 못했음을 생각합니다.


몇 번의 비바람과 진눈깨비 속에 틈틈이 내비치는

햇살 덕에 커다란 무지개를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회색 구름 같던 내 삶에 내비친 당신과 닮은 무지개를

글로 적어 보내고 싶은 겨울 아침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조금씩 환해지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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