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적응기

아직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by 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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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당이 있지만 거실에서 바라만 볼뿐 나가지 않는다. 옆집 앞집 이웃들과 눈인사만 할 뿐 대화를 하지 않는다. 이사온지 5일이 지나가고 있다. 어색하다.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작은 마당에 나가 뛰어놀고 있다. 아이들의 적응력이 부럽다. 우리 집은 골목 3번째 집이다. 7집이 한 골목에 마주 보고 있다. 서너 집은 우리 집과 같이 신축으로 새로 지어진 집이고 나머지 집은 구축 단독주택이다. 나이가 드신 노부부가 살고 있는 집. 어린아이가 있는 신혼부부의 집. 2대가 같이 살고 있는 집. 각기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골목을 기준으로 일곱 집에서 살고 있다.


일곱여덟 살이던 나의 어린 시절 집의 형태도 이러했다. 골목을 중심으로 앞집 옆집이 줄지어 있었고, 옆집 저녁 반찬이 무엇인지. 앞집에 어떤 좋은 일이 있는지 조금만 귀를 기울이고, 후각을 집중하면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주거형태를 하고 있지만 지금 내가 이사 온. 내가 살고 있는 골목 단독주택은 다르다. 서로 인사는 하지만 알 수 없는 선이 그어져 있다. 높게 쌓아 올린 담벼락. 높은 알루미늄 대문으로 골목과 집안을 완전히 분리시켜 놓았다.

"나는 당신들과 여기까지만. 더 이상 선을 넘지 마세요" 경고를 하는듯한 높은 담과 대문은 단독주택 생활을 시작하는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어릴 적 살았던 골목 안 주택 풍경을 생각했던 나와는 너무 달라 보였다. 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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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삭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다가 던져 놓은 축구공과 줄넘기를 현관 안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마당 구석구석 던져 놓은 아이들 장난감도 모두 챙겨 현관에 두었다.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 마이삭. 배수가 잘 될 수 있도록 해주라는 안전문자를 받고 집을 둘려 싸고 있는 배수 구위의 덮개를 모두 열어두었다. 아파트에서는 경비아저씨들이 대신해주시던 일을 단독주택에서는 내가 직접 해야 했다.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택배를 받는 일까지.


불편할 것 같은 일들이 직접 내 손으로 하고 나니 새롭다.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 실내에서 아등바등 움직이는 것과는 달랐다. 단독주택에 사는 것은 관리가 힘들 거라는 말. 불편할 거라는 말. 직접 겪어보니 힘든 거. 불편한 거. 모두 나에게 또 다른 삶의 활력을 주고 있다. 하루 500 보도 잘 걷지 않던 내가 아이들의 등하교와 수십 번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만보를 훌쩍 넘겨 버렸다. 따로 시간을 내어서 운동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나의 단독주택 생활기.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매일 새로운 것에 놀라기도 하고, 이름 모를 벌레들이 거실에 기어 다니는 것을 보고 소리를 질러 대지만.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