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직 태풍의 여운이 남아 있는 듯 세찬 바람이 불어댔다. 엄마가 되고 나서 줄곳 원피스를 즐겨 입던 나는 오늘만은 원피스의 불편을 느꼈다. 바람이 나의 치맛자락을 뒤집어 버릴 기세로 사정없이 불어 댔다. 온갖 신경을 쓰고 걷던 중 집 앞에서 우체부 아저씨를 만났다. 이사를 온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아직 우체통이 없다. 대문 앞에서 우편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기다리고 계셨다고 한다. 어제 새벽 비가 마구 쏟아져 바닥은 흥건히 젖혀 있어 혹시나 우편물이 젖을까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계셨다. 우체부 아저씨는 빨리 우체통 하나를 설치하라고 하셨고, 혹시 등기우편이 오면 대문을 열고 현관문의 초인종을 눌려도 되냐고 물어보셨다. 대문에 초인종을 달기 전에는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대문의 초인종은 생각도 하지 못했고 우체통 역시 생각하지 못했다. 수일 내로 우체통 먼저 설치를 해놓아야겠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맑고 깨끗하다. 푸르른 잔디에 햇살이 비친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고 처음 느껴보는 여유로움이다. 아이들 등굣길에는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도 우리 집 마당에서는 수줍은 듯 살랑살랑 불어준다. 단독주택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상추 키우기와 고추 키우기 아직 2개의 태풍이 더 올 수 있다는 말에 심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변해갈 나의 미니 텃밭이 벌써 기대가 된다.
해가 고개를 감추는 어둠이 모여드면 나는 2층 테라스에 서서 골목을 바라본다. 이웃들은 어떻게 분리수거를 하는지. 음식쓰레기는 어떻게 버리는지. 미리 살펴본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주는 밤에는 모두들 집안 창문을 열어놓고 지낸다. 창문 틈 사이로 흘려 나오는 이웃사람들의 목소리가 간혹 들리기도 한다. 이사를 하면서 이사떡을 돌릴까 생각을 했지만 다들 반대했다. 코로나 19로 인해 도리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이사떡을 돌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 동네 쓰레기 분리수거는 월. 수. 금이다. 내가 사는 동네 주민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았다. 테라스에서 바라본 골목 이웃집 대문 앞에는 녹색 그물망에 빈프 라스틱과 유리병 등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음식쓰레기통도 놓여 있었다. 종량제 봉투에 일반쓰레기를 버리고 음식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는 따로 분리해서 버려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앞집 아저씨가 재활용 쓰레기를 대문 앞에서 정리하고 계신 것을 보고 곧바로 다용실에 있던 쓰레기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이사를 왔어요.~잘 부탁드립니다"
"아~네... 안녕하세요"
"혹시 그... 녹색 그물망은 어디서 구매하는 건가요? 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있나요? 음식쓰레기통도 주민센터에서 받을 수 있나요?"
나는 주택으로 이사를 오면서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는지가 궁금했다. 아파트는 쓰레기 분리수거와 음식쓰레기통이 있어서 매일 내가 버리고 싶은 날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단독주택과 빌라, 다가구주택은 쓰레기를 버리는 날이 정해져 있고 분리수거 역시 녹색 그물망에 넣어 버려야 된다.
앞집 아저씨는 월. 수. 금에 쓰레기를 수거하니깐 일. 화. 목 밤 대문 앞에 쓰레기를 놓아두면 되고, 음식쓰레기통은 조금 큰 마트에서 판매를 하고 있으니 구매하면 되고, 녹색 그물망은...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새 그물망 하나를 나에게 건네주셨다.
"거기 주소 쓰는 데에 주소 쓰고 재활용 물건들은 거기 담아서 내놓으면 돼요"
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몇 분 동안 말을 해본 이웃집 아저씨. 단독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쓰레기 버리는 방법이 궁금했던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녹색 그물망도 하나 챙겨주셨다.
골목길에서 이웃집 사람들을 마주치기는 쉽지 않다. 쓰레기를 버리러 잠깐씩 나오지만 그마저도 쓰레기만 놓아두고 금세 들어가 버리니 이웃들과의 대화는 쉽지 않다. 오늘은 운이 좋아 이웃집 아저씨 덕분에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을 해결할 수 있었다. 주택에 살면서 하나하나 알아가야 할 것들이 크게는 몇 가지 소소하게는 여러 개 남아있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 집 근처 병원 위치. 그리고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 주택으로 이사온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벌써 3가지나 알아가고 있다.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익숙한 것에 벗어나는 두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것에 적응해 나가는 설렘과 재미가 그 두려움보다 더 크게 나를 감싼다. 나는 오늘도 새로운 주거생활에 적응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