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리되지 않은 짐들을 뒤로한 채 집들이를 했다. 이사온지 일주일이 지나갈때즘 집안 어른들 전화가 한두 통 걸려왔다. 모두들 아파트 생활을 하시고 계셔서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우리의 생활이 많이 궁금하신 듯했다. 마당은 있는지. 이웃 간의 거리는. 모기가 많지 않은지. 등등 궁금하신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전화를 끊고 남편과 수일 내로 집들이를 해야겠다고 날짜를 정하자고 했다. 아직 정리할 것들이 남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이는 곳의 정리는 어느 정도 끝이 났으니 사람들을 초대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주말 시간에 맞추어 집들이를 했다.
남편과 나는 가지각색의 요리들을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점심식사 시간에 맞추어 오시라고 시간을 알려드렸지만 모두들 30분 전에 도착을 하셨다. 음식이 모두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 손님들이 오시니 마음은 급해지고 허둥지둥 대기 시작했다. 집을 소개해드릴 생각도 하지 못한 체 빨리 음식을 만들어 내야 겠다는 생각에 요리에만 집중했다.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모시고 이사 온 집 소개를 부탁했다. 아이들은 한층 업된 톤으로 안방이 어디인지. 화장실 위치. 거실. 자기 방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었다. 나와 남편의 손은 더 분주해졌고 주방 싱크대는 가지각색의 음식을 만들고 난 재료들과 설거지거리들로 가득했다.
어느 정도 상차림이 완성되고 2층 거실에서 쉬고 계신 어른들을 모시고 1층으로 내려왔다.
"집 참 예쁘다"
"집 인테리어가 내 스타일인데? 이사 잘했어!"
집 구경을 마치신 어른들은 음식이 차려진 식탁의자에 앉으시면서 연신 집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식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하나둘 맛보시면서 "맛있네! "라고 우리 향해 얼른 같이 앉아서 먹자고 이야기하신다. 우리도 대충 주방에 흩트러진 음식재료들과 냄비들을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모두들 맛있게 잘 드시고 계셨다.
다이닝룸 통창을 통해서 보이는 마당에 비가 내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의 눈 속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눈 속에도 비가 내리는 풍경이 보였다. 창문을 열어 빗소리들 듣는다. 잠시 모두들 비가 오는 풍경을 눈에 담고. 비가 오는 소리를 귀에 담으며 조금은 느린 식사를 이어가고 있다.
"와~! 분위기 좋네. "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타인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후진 주차와 담배연기로 창문을 마음대로 열어 놓지 못한 아파트 생활과는 달리 나만의 풍경을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이곳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용히 비가 오는 소리에 다시 한번 귀를 집중했다.
가지각색의 음식들이 놓여 있던 테이블에는 따뜻한 커피와 포도를 놓아두었다. 모두들 식사가 끝난 뒤에도 편안한 소파 대신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식탁 의자에 앉아 비가 오는 풍경을 보면서 커피 두어 모금을 마신다. 자연이 주는 편안한 풍경에 목소리 역시 차분해진다. 별다른 대화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