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기본적인 것만 서로 잘 지켜도 이웃과의 관계는 문제없을 듯한데...

by 새나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주택으로 이사를 선택한 우리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사소한 문제들이 하나둘 눈앞에 나타나면 그냥 지나쳤다. 안 보고. 안 듣고. 안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싱크대. 거실 바닥. 식탁 테이블에 기어 다니는 이름 모를 벌레들. 주택에 살면 집안으로 벌레가 많이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벌레들의 출몰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불만이라는 마음의 감정이 조금씩 쌓여갔다.


주택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넣어 각자 자기 집 대문 앞에 내놓아야 한다. 두어 번 우리 집 앞에 버려진 쓰레기의 행적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본인 집 대문 앞이 깨끗하기를 바라는 사람은 누구나 같을 거다. 냄새나는 쓰레기를 다른 집 대문 앞에 놓아두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일까? 또 우리 집 대문 앞에 쓰레기를 버려두면 종이를 써서 붙이든. 지켜보고 있든 해서 버리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알아서 각자가 잘 지켜주면 좋은데 이런 감정소비를 해야 된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불만이라는 감정은 더 크게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저녁밥을 먹고 마당에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줄넘기와 공을 정리하려 나갔다. 우리 집 대문을 가로막고 누군가 주차를 해놓았다. 골목길이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은 주차를 하지 않는데 누군가 우리 집 대문을 가로막고 주차를 했다. 바깥쪽으로 열리는 우리 집 대문을 조심스럽게 열어야 했다. '아~불편하다 ' 사람이 가재걸음으로 지나갈 수 있는 여유밖에 두지 않고 주차를 해놓은 차주인은 누구일까? 남의 집 대문을 가로막고 주차를 한 사람이 궁금했다. 매일 이렇게 우리 집 대문을 가리고 주차를 하면 어쩌지?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짜증과 불만의 감정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나가서 통행에 불편하다고 말을 할까?

이웃끼리 서로 이해해야 하나?

골목길 쓰레기 수거를 하시는 분들은 주차된 차 때문에 가재걸음으로 쓰레기를 수거해야 할 텐데...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늘 하루 어쩔 수 없이 주차를 한 거라고 믿고 싶었다.


아파트에서 살든. 주택에 살든. 이웃과 더불어 사는 곳은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도 복인 듯하다. 특별히 이웃들과 부딪히지 않고 통념상 정해진 사회적 규범을 지키면서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더 많이 베풀고 나누면서 이웃과 살아간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냥 각자가 지켜야 할 규칙 정도만이라도 잘 지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주택으로 이사의 좋은 점만 보기 위해 외면했던 것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의 마음을. 나의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우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문제들을 외면했다. 눈 가리고 아웅 해봤자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독주택생활을 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하나둘 해결해야 한다. 벌레 문제부터 이웃과의 사소한 분쟁이 생길 수 있는 것들까지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야 한다. 나의 불만스러운 감정은 그대로 나의 얼굴로. 나의 말투로 나타난다. 아이들의 사소한 질문. 요청에 짜증스러운 말투로 대답을 하고. 남편의 이야기에 퉁명스럽게 대답하게 된다.


마음이 불편하니 말도 불편한 말들만 쏟아낸다.


이 또한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주거생활을 선택했고.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주택생활이 퍼즐 조각처럼 딱딱 맞아떨어지길 원했던 바람이 어쩌면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일들조차 커다란 불안감과 불만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포기할 것들은 포기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은 받아들이면서 나의 주택생활에도 어느 정도의 밀당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