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서너 시간 책을 보는 시간이 사라졌다. 거실 테이블 한편에 읽을 책들을 쌓아놓고 책을 읽던 나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도서관에 가지 못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 영업을 할 수 없는 남편. 모두가 한집에서 있다 보니 나만의 시간이 사라지기도 했고 책을 펴고 글을 읽어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의 시간이 지나면서 책을 읽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서평 책만 간간히 읽어 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성큼 내 발 앞으로 다가왔다. 청소를 하기 위해 온 집안의 창문을 활짝 열면 어제와 다른 바깥공기 온도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세탁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감나무의 잎들과 함께 누렇게 익어가는 감이 보였다. "정말 가을이 오긴 왔나 보네!"청소를 끝내고 사은품으로 받은 화이트 머그잔에 원두커피를 한가득 담아 테이블에 앉았다. 멍하니 밖의 세상을 바라보았다. 어제와 다른 밖의 풍경에 잠시 오래전 생각과 만나기도 하고,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책 읽기 참 좋은 날씨인데..."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옆에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근처 도서관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주택으로 이사를 온 지 한 달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새로운 동네. 새로운 주거생활에 적응을 해 가고 있다. 도서관은 대단지 아파트들이 위치한 근처에 있었다. 도보로 가기에는 먼 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해야지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도서관에 방문해 보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한정거장 뒤에 내려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10분 정도 걷다 보니 아파트가 모여 있는 단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아파트 사이로 둘러 쌓여있는 각종 편의시설들과 도보로 가능한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도서관까지. 모든 편의시설이 위치한 이곳 아파트 단지들을 보니 한 달 전 아파트 생활이 생각이 났다. 편리하게 이용했던 각종 편의시설들과 도보로 가능한 도서관, 초등학교. 중학교 우리의 옛 아파트 생활권과 닮아 있었다. 아이들 역시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즐비한 이곳 아파트 단지 편의시설들을 보고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단지에는 없는 게 여기에는 다 있네" 라며 아이들 눈동자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도서관 입구에 도착하니 코로나 19로 인해 책 대출만 가능하고 어린이도서관 내에서 아이들과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손에 하나씩 쥐어 주고 천천히 지하철역을 향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엄마 빨리 집에 가고 싶어! "
"그래? 볼거리가 많은데 구경 좀 하고 안 갈래?"
"사람들도 많고. 너무 시끄러워!"
아이들은 가게들마다 나오는 각기 다른 음악소리와. 아이들을 태우고. 내리 고를 반복하는 학원차량들.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고 인도를 달리는 사람들. 좁은 인도 거리를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피해 요리저리 신경 쓰며 걸어야 했던 것에 피로감을 느낀 듯 보였다.
한 달 동안 조용한 주택단지 길을 걷다 보니 아이들 눈과 귀에는 이곳 상점들이 즐비한 아파트 단지의 거리가 빨리 벗어나고 싶을 만큼 어색해져 버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곳과 별반 다른 곳 없는 아파트 생활권에서 살다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눈과 귀가 피로하지 않는 우리 집으로 빨리 가고 싶어 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우리 집이 제일 편하네!"라는 말을 하고 각자 방으로 갔다.
도서관이 집 근처에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집에 돌아와 편안히 쉴 수 있는 조용한 주택단지에 위치한 우리 집이 좋다. 조금 더 걸으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들.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시간 내서 운동도 하지 않는 나에게 이곳 단독주택 생활은 조금 더 걷고 또 걷고를 주문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 책을 읽기 참 좋은 계절에 도서관을 찾아가는 길 만났던 풍경과 소리. 그것들에서 느꼈던 감정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 우리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에 더 애정이 가고. 소중함을. 감사함을 가지게 해 주었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 내가 이용하는 은행이 집 근처에 없어 걷는다. 조금 멀리에 있는 편의시설들을 이용하기 위해 나는 걷는다. 내가 걸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