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이사 후 첫 숯불 바비큐

생각 속에 갇힌 것들은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by 새나

주택에 살면 매일 마당에서 숯불향이 가득히 베인 고기를 먹고, 상추와 같은 쌈 야채들은 마당 한쪽의 조그마한 텃밭에서 바로 따서 물로 슥슥 대충 씻어서 먹는 모습을 상상했다.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난 뒤 제일 먼저 구매한 것도 바비큐 그릴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생각 속에 넣어 두었던 마당에서의 숯불 바비큐를 현실 속에 꺼내 놓기로 했다. 남편과 마트에서 두툼한 고기도 구매하고 숯도 한 봉지 사 왔다. 마당 한편에 놓여 있던 바비큐 그릴도 준비해 두었다. 막상 숯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자니 몇 가지 생각들이 우리의 행동을 저지하고 있었다. 옆집 앞집으로 퍼져 나갈 숯불 연기와 우리에게는 고소한 고기 향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삐 움직이던 남편과 나의 손과 발은 잠시 멈춰 의자에 앉아 서로 얼굴만 마주할 뿐 아무런 이야기도 오고 가지 않았다.


"엄마 왜 고기 안 구워 먹어?" 갑자기 멈춰 버린 우리 모습을 보고 있던 아들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연기와 고기 냄새로 이웃집 사람들이 싫어할지도 몰라서..."

"그럼 2층 테라스에서 구워 먹으면 되지!"



조금은 엉뚱해 보이던 아들 녀석의 대답이 남편과 나를 다시 움직이게 했다. 남편과 나는 1층에 있던 바비큐 그릴을 2층 테라스로 옮기고 단독주택 이사 후 첫 숯불 바비큐 파티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어쩌면 우리는 생각 속에 머무른 이야기들만으로 결론을 내리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할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생각 속에 멈춰 버렸던 일들. 이번 우리 집 숯불 바비큐 파티도 아들 녀석의 말이 없었다면 생각 속에서만 존재 해 버릴 뻔했다.



배고픈 여우가 나무를 휘감고 높이 올라간 포도나무에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았다. 여우는 그 포도를 따먹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자 그곳을 떠나면서 자신에게 말했다. "저건 아직 덜 익은 포도 들이야"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포도나무 이야기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능력이 없어 못하고도 운때가 맞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둘러대는 사람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충분히 방법을 찾아보면 할 수 있었던 일인데 다른 핑계를 되고 있던 나의 모습이 이솝우화 속 여우의 모습 같아 보였다.


생각보다 숯불 연기도 많이 나지 않았고, 이웃들의 불만도 듣지 않았다. 아직 주택생활에 익숙하지 않았던 우리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들의 생활패턴들이 변화하면서 부딪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순간순간 이층에서 점프하는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아이들은 "엄마 여기 우리 집이야!"라고 말을 한다. 아파트도 우리 집이었는데. 아이들 기억 속 아파트는 우리 집이지만 우리 집 같지 않은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 있는 듯 한 대답이었다.




그 뒤로 서너 번 바비큐 그릴에 숯을 피워 주말에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아이들도 캠핑 온 것 같은 분위기에 너무 좋아한다. 그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시도해보지 않았다면 우리는 줄곧 프라이팬에 구워지는 고기를 먹고 있을 것이다. 생각 속에 것들을 현실 속으로 끄집어내고 보니 걱정한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주택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숯불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있다. 고기를 구워 먹고 난 뒤 잔잔히 불빛이 남아있는 숯에 군고구마를 해 먹을 수 있는 특권도 누릴 수 있다. 남편과 온기가 남아 있는 바비큐 그릴 앞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덤으로 주어진다.


숯불 바비큐를 먹던 날 우리 가족은 사진을 찍는 용도 외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우리 가족의 목소리와 몸짓에 집중하고 있었다. 남편의 볼살이 줄어든 모습, 딸아이가 웃을 때 반달눈이 되는 모습, 아들 녀석의 통통한 볼살들이 나의 눈 속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의 이야기도. 남편의 이야기도 나의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tv속에서 흘러나오는 말이 아닌.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는 것들이 아닌. 나의 가족의 모습과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너무 감사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들 속의 것들이 가지고 올 두려움. 불편한 것들의 감정들은 존재하지 않는 감정일 확률이 높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내가 겪어 본 경험상으로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생각에서 멈춰버리는 수없는 것들을 끄집어낼 수 없는 이유는 아직 확고한 확신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 나의 신념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나는 생각 속에 머무르는 것들을 현실 속으로 끄집어내는 연습을 할 것이다.



사소한 일상에서 나는 오늘도 이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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