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텃밭에 소소하게 파 심기

단독주택 이사 후 첫 채소심기

by 새나

마당 한편 미니 텃밭에 파를 심었다. 뿌리에 흙이 흥건히 묻어 있는 파 한 단을 마트에서 구매해 심어 놓았다.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 후 웬만한 채소는 미니텃밭에서 자급자족하며 살거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자라나지 않는 땅은 돌처럼 단단해져 있었다. 흙보다 돌멩이와 깨진 유리조각, 시멘트 조각들이 대부분은 미니텃밭의 흙들 속에서 파가 자랄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 흙의 상태는 죽은 흙처럼 생기도 없었고, 메마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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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딱딱해진 땅을 모종삽으로 파헤쳐 흙속에 생기를 불어넣기로 했다. 돌멩이와 각종 잡다한 쓰레기를 골라내 주었다. 흙들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벌레들에 놀라 모종삽을 여러 번 던져 버리기도 했다. 그렇게 파 한단이 심어질 흙들을 고르다 보니 놀랍게도 메마른 흙들에서 수분을 머금은 흙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흙들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티클 만한 흙의 변화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고, 방 안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아이들을 마당으로 불러내 주었다. 아이들도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몇 개 되지 않는 파 심기에 동참했다.


돌을 흙속에서 골라내어보니 파뿌리를 덮어 기다란 파 줄기를 지지해줄 흙이 부족했다. 즉흥적으로 파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했기에 여분의 모종 흙을 준비해 두지 않았다. 스킨답스가 심어져 있던 화분의 흙을 급한 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스킨답스를 다른 화분에 옮겨 심고 화분의 흙을 부어 파뿌리가 기다란 줄기를 지탱할 수 있게 꾹꾹 눌러 주었다. 주택으로 이사 후 첫 우리 집 미니텃밭 작물이다. 씨를 뿌려 모종을 길러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뿌듯한 성취감은 무엇인지. 삐죽삐죽 입꼬리가 올라간다.


첫째 딸이 물조리개에 물을 담아 파에게 시원한 물을 머금게 해 주었다. 마트 진열대에 놓여 있던 시들시들했던 대파들이 우리 집 텃밭에서 뿌리를 내리고 난 뒤 대파 줄기와 잎이 생기 있어 보였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대파를 화분에 심어 놓았던 적이 있었다. 한단의 파를 구매하면 소분해서 냉동실에 보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냉동실에 보관되었던 파는 질겨지거나 파향이 사라져 요리에 들어가 맛보다는 시각적 용도로 사용되었다. 그렇게 파의 본연의 맛을 느끼지 못해 생각해 냈던 것이 화분에 파를 심어 필요할 때마다 파를 잘라먹는 것이었다. 대파는 뿌리 가까이 줄기를 잘라내면 그 줄기에서 새로운 파의 줄기가 자라난다. 하지만 아무리 생명력이 좋은 대파도 실내 화분에서는 잘 자라주지 않았다. 거의 반 정도를 파의 뿌리가 썩어 버렸다.



3주가 되어가는 우리 집 미니텃밭에 심어져 있는 대파는 싱싱함을 유지한 체 잘 버텨내고 있다. 요리에 필요해 잘라 냈던 파 줄기에서도 새 생명이 자라나고 있다. 살짝 새로 올라오는 파의 줄기를 만져보니 단단했고, 손끝에 파의 매서운 향이 베여 있었다. 햇빛과 바람, 비도 우리 집 텃밭의 파의 성장을 돕고 있는 듯했다. 낮에는 따뜻한 햇빛이. 바람에는 매서운 바람이. 살짝 목만 축일수 있는 빗물이.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집 미니텃밭의 파 들 역시도 자연이 스스로 키워내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자연이 바빠서 빗물을 주지 않을 때 물을 주는 것 외에는 없다.


단독주택으로 이사 후 마당에 나갈 때 맨발로 땅을 밞는다. 매일 땅의 기운을 얻고자 하는 나의 습관이기도 하다. 매일 답답한 신발 속에 갇혀 있는 나의 두 발에게도 자유롭게 바람을 느끼고 따스한 햇빛을 마주할 기회를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맨발로 마당에서 뛰어놀 수 있게 해 준다. 땅과 맞닿아 있는 발을 통해 땅의 신비로운 기운을 받는 것 또한 주택에서 살면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