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 아이들과 등굣길. 쉴 새 없는 나의 잔소리. 목소리는 점점 더 높아져 목이 따끔거릴 정도이다. 주택에 이사 오면서 1순위 걱정이 아이들 등하굣길이었다. 집과 학교의 거리가 아이들 발걸음으로 15분 정도이니 처음 등굣길에서는 아이들 투정도 들어야 했다. " 엄마 아파트로 다시 이사 가고 싶어!. 학교가 너무 멀어!" 아이들에게 이사 오기 전 학교는 초품아. 아파트가 초등학교를 품고 있었기에 걸어서 1~2분 내외로 등하교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학교로 가는 길 차도와 인도가 정확히 분리되어 있어서 안전한 등굣길이었다.
며칠 아이들과 등하교를 같이 하면서 느낀 것 이곳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길은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어 있지 않았다. 어느 골목길을 가도 자동차가 가는 길. 사람이 다니는 길이 함께 공존해 있다. 커다란 트럭은 나와 10센티 정도의 거리만 유지한 채 유유자적 지나갔다. 트럭이 지나가고 난 뒤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 뛰던지 내가 조금이라도 자동차가 오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면... 아찔한 생각이 잠시 동안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과 주택지 길을 걸어 다닐 때면 신경이 온통 자동차와 아이들의 거리에 집중해 있다. 바로 앞 아파트 단지 펜스가 설치되어 있는 안전한 인도로 가기까지 나는 아이들에게 수없이 소리친다."벽 쪽에 딱 붙어서 걸어! 자동차 오는지 확인하고!"
아이들과 우산을 쓰고 등교를 하는 날. 자동차가 지나가면 우산이 부딪칠 듯 말듯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자동차도 잠시 서행하고 우리도 잠시 우산을 뒤쪽으로 젖혔다. 2분이면 지나갈 골목길을 우리는 가고 멈춤을 반복하면서 5분이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우산을 젖히면서 머리와 옷도 젖었다. 이곳 주택으로 이사 오고 나서 처음으로 나도 아파트로 다시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등하굣길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아파트의 편리함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좀 더 안전한 등하굣길을 찾아야 했다. 그나마 아이들 하굣길은 자동차의 통행량이 많지 않아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등굣길은 출근 차량이랑 겹쳐지면서 주택가의 골목길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뒤엉켜 걷고 가고를 반복했다.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안전한 인도길을 걸어 보았다. 기존 우리가 다니던 길보다 등하교 시간이 5분 정도 더 소요되는 듯했다. 나의 발걸음으로 5분이니 아이들 발걸음은 더 걸릴 듯했다.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아파트 단지를 둘려 싸고 있는 안전한 길 인도로 걸어왔다. 시간은 넉넉히 10분 정도 더 소요되는 듯했다. 아이들도 차가 오지 않는 것은 좋은데 너무 많이 걸어야 해서 다리가 아프다고 했다.
주말 동안 아이들 등하굣길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갔다. 안전한 아이들 등하굣길. 운전을 하지 못하는 나. 도보 등하교만 가능한 현실.
주택가 바로 앞에 위치한 아파트 안 인도를 통해 가로질러 가면 등하교 골목길보다 안전하고 시간도 단축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유지 기도 한 아파트 안 인도를 아이들 등하굣길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팻말이나 현수막도 없었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곳의 문들이 모두 개방되어 있는 것을 보니 외부인들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지 않는 듯했다.
내가 살았던 아파트들 역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지 않았다. 주택가에 사는 아이들이 놀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고, 등하굣길로 아파트 인도를 사용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안전한 등하굣길을 찾아 무겁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주택가 골목에도 사람과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분리될 수 있는 안전펜스가 설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