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폐업하는 부동산 사무실이 그렇게 많다는데?"
"공인중개사 자격증 장롱면허 사람들이 대부분이래"
"미래에 없어지는 직업 중에 하나가 공인중개사야"
"치킨가게만큼 많은 게 부동산 사무실이야"
내가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지인들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는 가끔 사람들이 내뱉는 무심한 말에 며칠을 고민하고 곱씹어보는 소심한 A형 아줌마다
사람들의 말에 안 그래도 힘든 나의 공부는 갈팡질팡 길을 잃어 가고 있었다
'힘내'
'잘할 수 있어'
'충분히 잘하고 있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다
나는 나만 생각하기로 했다
주위에 들려오는 잡음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내갈길 만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금방이라도 풀썩 주저앉을 것만 같이 위태로워 보였다
공인중개사 2차 시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고 영화 제목처럼 내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는 것 같았다
금방 보았던 내용들이 책을 덮는 순간 모두 사라져 버리는 상황들이 3개월은 지속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물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책의 내용들을 머릿속에 채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6개월쯤 되었을 때는 놀랍게도 두꺼비가 나타나 깨진 독을 막아준 처럼 머릿속에 책의 내용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묵묵히 나의 공부를 해내고 있었다
여전히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을 했다
공인중개사 2차 시험과목은 공법, 중개사법, 세법, 공시법 4과목을 공부해야 했기에 1차 때와는 달리 공부의 양이 2배로 늘었났기에 공부시간 또한 2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집안 청소는 보이는 곳만 정리를 한 다음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시간으로 사용했다
지인들과의 친목모임도 한두 달에 한 번씩만 나갔고, 시간이 나는 대로 7년간 기출문제를 모바일앱으로 다운로드하여 반복해서 풀었다.
아이들과 남편이 없는 시간에는 집중력이 필요한 공부를 했고, 가족들이 있는 저녁시간에는 문제풀이 동영상과 같은 집중도가 다소 필요하지 않은 공부 위주로 나눠서 모자란 부분을 채워 나갔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공인중개사 2차 시험 준비를 했다
그렇게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심한 감기에 걸려서 열이 38도까지 오르는 날에도 불안한 마음에 쉬지 않고 책 한 페이지라도 더 보고 잘 정도로 이번 2차 시험은 꼭 붙고 싶었다
결혼을 하고 나를 잃어가고 있을 때 나를 찾게 해 준 공부였기에 꼭 합격해서 나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나를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사무실을 오픈한다거나 일을 시작할 계획은 없었다
수시로 감기와 장염으로 어린이집에 못 가는 날이 많은 아이들을 나 말고는 돌봐줄 사람이 없기도 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1순위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시간에 맞춰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주위의 워킹맘들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휴직을 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집에서 아이만 보고 남편이 퇴근할 때만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아서 시작한 나의 돈 되는 공부가 종지부를 찍는 시험 당일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소에 도착했다
나는 2차 시험만 치기 때문에 12시쯤 시험장에 갔고, 많은 사람들이 1차 시험에 관한 난이도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칠판에 적혀 있는 나의 수험번호에 맞게 자리에 앉아 시험 준비를 마쳤다
2차 시험 1교시는 공법과 중개사법이다
시험이 시작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1교시 시험을 마쳤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난 뒤 몇몇 사람들이 시험 도중 볼펜을 똑딱이던 수험생, 코를 훌쩍이던 수험생,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가 컸던 수험생들에게 시험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조심해 달라고 말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 장면을 보니 이 시험이 얼마나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그분들에게 이 시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2교시 시험은 공시법과 세법 시험이다
이번 연도 공인중개사 2차 시험은 공시법과 세법의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나는 2교시 시험을 끝내고 이번 시험은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짐들을 정리하고 교실 밖으로 나오니 사람들의 표정들이 모두 한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도 1년 동안 최선을 다했고 홀가분한 생각도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가답안 알림 문자가 왔고 떨리는 마음으로 채점을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과 같이 공시법과 세법에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
하지만 중개사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가채점 결과는 합격이었다
'수고했어'
주책맞게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한쪽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들이나 남편이 볼까 봐 재빠르게 눈물을 닦았다
2년 동안의 나의 노력의 시간이 보상받는 기분과 힘들게 준비했던 시간들이 생각나서였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이렇게 나는 나의 이력에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추가했다
독학으로 준비한 2년 동안의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