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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Nov 18. 2020

상흔이 되어 남는 말들.

"돈도 안 되는 책 읽기를 왜 하는데?"

마음속 지워지지 않는 상흔이 있다. 순간순간 메아리처럼 울려대는 소리에 흠칫 놀라기도 한다. 반찬 만드는 시간을 아껴 책 읽기에 집중했다. 청소하는 날을 줄여 한 권의 책을 더 읽고 자 했다. 책을 읽고 있는 시간만큼은 잡다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오히려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었다. "잘할 수 있어! 넌 충분히 잘해 내고 있어!" 이런 위로의 말들이. 희망의 말들이 나를 책 속으로 이끌어 주었다. 당장 돈은 되지 않았지만 충분히 돈이 될 수 있는 씨앗을 심고 있었다.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고 달라진 것도 없는데? 집안일에 신경 좀 쓰지 그래!"

서너 달 전에 했던 가시 같은 남편의 말이 마음속을 할퀴어 대더니 사라지지 않는 상흔이 되어 불쑥불쑥 메아리처럼 되돌아온다. "소액이지만 가끔 활동비도 받고,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받아서 읽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돈을 번 거지!" 구차하게 변명을 하고 있는 나를 보니 더 초라해 보였다.


보란 듯이 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잠시 하기도 했고, 책으로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타인의 소음에 나의 목소리를 외면한 체 이끌려 가고 있었다. 모나고 상처가 난 곳은 계속 눈이 가고 마음이 쓰인다. 책을 읽으면서 달라지고, 성장한 나의 모습은 등 뒤에 숨겨 놓고 아픈 곳만 생각에 담고 눈에 담고 있었다.


시간의 힘이 필요했다. 자연적으로 상처가 아물길 바랬다. 누가 뭐라고 하든 책 읽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남의 말에 신경 쓰지 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너 마음이 하라는 대로 해!, 니 인생 네가 사는 거야!"

무뎌진 상흔의 흔적인지. 책을 읽고자 했던 간절한 나의 마음인지. 나는 더 이상 책을 읽는 것이 타인의 소리에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가끔 메아리처럼 되돌아 흠칫 놀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냥 덤덤히 듣고 있다.


문득문득 마음이 찌릿해지는 말이지만 상처의 흔적처럼 아프지는 않은데 지워지지 않는 그런 말. 그냥 흔적을 남기고 가끔 생각나게 하는 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흔이 되어 버린 말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말들에 그토록 나의 감정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다. 되돌이표처럼 돌아오는 감정의 순환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 또 왔구나! 잠시 머물다가 가!" 상흔이 되어 남아 있던 말들이. 사건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나의 감정을 헤집고. 나의 일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는 더 이상 반응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독서는 모름지기 나가고 들어가는 법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들어가는 곳을 찾아야 하고 마지막에는 나오는 곳을 찾아야 한다.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입 서법(入書法)’이라 하고, 활용한 다음 뛰어넘고 벗어나는 것을 ‘출서법(出書法)’이라 한다. 그 책에 들어가지 못하면 옛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알 수 없고, 그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 글 밑에 깔려 죽는다. 들고 나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독서법이다.

슬신화(捫虱新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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