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려 할 때는 어머니가 수시로 산고의 위험을 겪고, 돈 꾸러미가 쌓여갈 때는 도적들이 수시로 틈을 노리니, 어느 기쁨인들 근심이 없을 수 있겠는가?
가난은 씀씀이를 절약하게 만들고 병환은 몸을 아끼게 만드니, 어느 근심인들 기쁨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은 일이 잘되고 안 됨을 매 한 가지로 보아 슬픔과 기쁨을 모두 잊는다.
- 채근담 후집 120
무얼 해도 뭔가가 꽉 막혀 있는 기분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대충 무엇 때문에 내 기분이. 내 감정이 이런지는 알겠다. 생각하지 않으면 될 일을 나는 왜 이렇게 꾸역꾸역 생각을 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모르는 것 투성인 내 삶 속에서 허우적 대고 있는 나의 모습. 나를 위한 삶을 살아가자고 수없이 다짐하고 다짐하고 다짐하고... 하지만 어느새 나는 나를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하다고. 사람들의 평가가 뭐가 중요하다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나도 충분히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10대의 나는 3등보다는 1등이 하고 싶었고, 부반장보다는 반장이 되고 싶었다. 장려상보다는 최우상을 받고 싶었고, 내가 먼저 칭찬받고 인정받고 싶었다.
20대의 나는 나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 화가 났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계속 실패에 부딪쳤다. 쓰러지고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 또다시 부딪쳐 보지만 현실이라는 녀석은 나를 그냥 받아 주지 않았다. 결국에 나는 더 이상 현실과 부딪쳐 보려고 애쓰지 않았다. 해도 안 되는 일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믿어 버렸다. 그렇게 나는 쉽게 포기하는 삶을 살았다. 시도 조차 하지 않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고, 세상의 흐름에 뒤쳐지고 있었다.
30대의 나는 내가 아닌 나로 살았다. 아이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나의 시간에 나는 없었다.
40대의 지금의 나는 나를 찾는 연습을 하고 있다. 행복해지는 방법들도 찾고 있다. 찾고자 하니 하나둘 찾아진다. 행복해지는 방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으로 보니 보였다. 그리고 글로 나를 위로하며 상처 받은 마음을 다독여 준다. 그러니 행복이 보였다.
행복은 나로부터.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는 것. 생각을 바꿔 눈을 돌리니 행복해야 할 것들이 이미 내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와 같이 샤워를 하고 나온 아이의 젖은 머리를 말려주는 시간이 다른 온도로 다가왔다. 달라진 것은 나의 마음가짐뿐인데 이 순간이. 너무도 사소한 나의 일상이. 행복하다를 느꼈다. 감사했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이 시간. 이 공간. 모든 것들이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내 삶의 길에서 갑작스러운 장애물을 만나면 당황한다. 그 당황함이 오랫동안 유지되어 나의 삶 자체를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손해를 보기 싫어서. 싫은 소리 하기 싫어서.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욕심이라는 끈을 놓지않고 양손에 상처가 나는 것도 모른 체 꽉 움겨 쥐고 있다. 절대 놓지 않을 기세이다. 마음을 바꾸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생각을 바꾸면 편안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데.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나는 이 답답함이 무엇 때문에 답답한지 알면서도 그냥 이답답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느껴 보기 시작했다. 두려움. 답답함. 즐거움. 상쾌함. 설렘. 조급함. 쓸쓸함. 내가 느낀 감정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다 보면 내가 느낀 감정에는 다 그만한 이유들이 있었다. 더 잘해 보고 싶은 마음이 두려운 감정을 갖게 했고, 오랜 고난의 끝에 성취한 일에 대해 즐거운 감정이 와 주었다. 좋고 나쁨은 양끝에 서서 감정선을 연결하고 있었다. 잘해보고 싶은 설렘 끝에는 두려움의 감정이. 풍족한 삶의 편안함 끝에는 불안감의 감정이. 다들 그렇게 연결되어가고 있었다. 모두 다 나의 감정들이다. 즐거울 때도 슬플 때도 있다. 그것이 당연한 삶이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감정의 서클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그대로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면 된다. 행복해지는 방법은 내 마음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 오늘을 살아야 한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내일의 나도 행복하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내가 된다.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