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혼란하고 산만할 때는 자신을 잘 일깨울 줄 알아야 하고, 마음이 긴장되고 경직되었을 때는 탁 풀어놓을 줄 알아야 하니, 그렇지 않으면 어리석고 혼미한 병폐는 없어질지 모르나 뒤숭숭하고 어수선한 혼란이 또다시 찾아든다.
-채근담 전집 123
통장 잔고가 비어 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일정 금액이 있던 통장잔고가 비어 버렸다. 지출을 줄인다고 줄이지만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가는 돈까지 붙잡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먹고살려고 다 하는 일 먹는 것을 더 이상 줄이려고 하니 아이들의 반발이 거세다.
공격적인 재테크를 하지 않고 있다. 그냥 소소하게 마음이 허용하는 만큼의 재테크만 하고 있다. 2년 전부터 본격적인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소형 아파트에 투자도 해보고, 주식에도 투자했다. 투자의 길은 마음의 근육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예기치 못한 상처들로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다.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듣지 않던 내가 부동산 투자 공부를 하면서 듣지 않아도 되는 욕설을 들었다. 투자의 세상은 차가웠고, 매몰찼다. 인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거짓과 욕망이 가득했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기는 불공정한 거래도 당연시되었다. 경험이 부족한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투자의 세상이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텐데 왜 나를 괴롭히고 속이려고 하는 사람들만 가득한지. 마음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믿었던 세상이 날 버린 것 만 같아 외로웠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무엇 인가를 얻으려고 한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삶의 당연한 이치를 잊고 살고 있었다. 나름 착하게 잘 살았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투자는 옳은 것이었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분명 성공적인 투자. 누구나 부러워하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으로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어째서? 왜? 나만 특별하다고 생각했었을까? 자만 해었고 교만했었다. 주위의 충고나 조언을 철저히 차단해 버렸다. 잘못된 투자를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다. 인정하기 싫었다. 나름 최선을 다했던 나의 투자가 부정당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투자 이야기만 나오면 나 자신을 방어하기 바빴다. 이유에 이유가 꼬리를 물고 나의 투자를 정당화했다. 이유와 핑계가 많아졌던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의 잘못된 투자를 말이다.
나의 투자는 실패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성공도 아니었다. 어리숙하게 처리했던 구멍 난 곳을 인정하고 보수하면 되는 것이었다. 투자의 세상에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다.
나의 마음이 지금 힘들구나. 나의 마음이 하고 싶은 것이 이거였구나.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태가 어떤지를 깨닫게 되면 어수선한 혼란도. 뒤숭숭한 마음도 잠재울 수 있다. 지금 당장 통장잔고가 비어 있어서 마음이 뒤숭숭 하지만 그렇다고 또다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마음이 내키는 만큼만 재테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나니 텅 빈 통잔 잔고도 당연함으로 다가왔다. 별다른 투자도 하지 않고 있기에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당연함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다 그만한 이유로 그만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생이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