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사람과의 관계

by 새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뛰어난 행동이니, 물러나는 것이 곧 나아가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대할 때에는 너그럽게 하는 것이 복이 되니,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실로 자신을 이롭게 하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채근담 전집 17


생각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참거나, 이해하거나, 무시하거나, 양보하거나 하지 않으면 그 관계는 유지될 수가 없다. 참는 것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끝끝내 곪아 버린 상처들이 밖으로 터져 나와 관계가 정리되기도 한다. 이해하거나 양보하는 것은 마음이 편안함을 유지할 때 가능하지만 불편한 감정에서 상대방의 행동과 말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무시해버리는 것이 그나마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싫은 소리는 무시해버리고 상대방의 행동과 말을 정화해 듣기 좋은 말로 합리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나마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체는 쓸데없는 말과 행동들을 철저히 무시해 버린다.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말한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불편한 말과 행동들 앞에서 마음은 더 이상 피로할 필요가 사라진다.


매번 만날 때마다 피로감을 주는 D와의 대화에 지쳐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람 관계가 무 자르듯 쉽게 잘라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D의 말과 행동을 무시해 버리기로 마음먹고 난 후부터 마음의 피로가 덜 했다. 처음부터 듣기 싫은 말들을 무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까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말들에 한숨소리가 커지고, 답답한 마음에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었다. 그때부터 내 것이 아닌 말과 행동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D의 말과 행동이지 나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D의 생각이지 나의 생각이 아니다.' 기분 나쁜 말과 행동들이 생각 속에서 나를 괴롭힐 때마다 반복해서 말했다. 그렇게 나의 것이 아니라고 말을 하니 더 이상 그 말과 행동들로 인해 마음이 피로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듣기 싫은 말과 행동을 무시하는 대화법은 깊은 관계는 될 수 없다.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끝까지 함께할 인연이거나, 이런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 관계이다. 그냥저냥 지내는 관계. 만나면 불편한 관계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관계를 끊어 낼 수 없어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이 무시 대화법이다. 내가 듣기 싫은 말들을 곧이곧대로 듣고 있는 것은 나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나의 마음을 피로하게 하면서 까지 불필요한 말과 행동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필요가 피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것들은 스스로 무시해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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