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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pr 17. 2023

과학에서 인문학을 만났다

과학의 위로

사실 나에게 과학과 수학은 어렵고 재미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에 관한 서적을 찾아 읽는 것은 양자역학에 흥미를 느껴서이다. 여전히 수학공식과 과학의 원리는 어렵고 무슨말인지 도통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번 마블사에서 개봉한 앤트맨 시리즈를 보면 양자역학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앤트맨과 와스프 권텀매니아 에서는 사람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던 5년의 시간동안 스콧 랭(앤트맨)의 딸 캐시는 열심히 양자역학을 공부해왔다. 온가족이 모여 자신이 만든 양자세계의 지도 정보를 공개하는데 갑작스럽게 온가족이 흡수되어 다른차원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 그곳에서 낯선 세계의 원주민과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영화의 이야기는 진행된다. 세상 만물은 원자로 이뤄져 있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구성된다. 이런 원자들의 사이를 조정하면 다른 차원의 세계에 갈 수 있다는 것이 '앤트맨'의 발상이다.


#인문학 작가로 활동했던 #이강룡 저자 #과학의위로 에서는 어렵고 재미없던 과학이 삶을 위로 하고 있었다. #인생공부 를 과학의 원리로 풀이 해 놓은 저자의 발상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던 과학공식이 삶의 좌표가 되어주는 신기한 경험을 한 것 같다. 모든 앎은 이어져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과학에서 심리학을 만나는 듯했다.


우주에는 위아래가 없으니 우주의 일부인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무한처럼 여겨지는 막연한 문제를 구체적인 유한한 문제로 전환하는 것은 처세 측면에서 보아도 아주 중요하고도 유용한 기술이다. 끝이 보이지 않을 듯한 커다란 고민도 사고를 전환하면 유한한 문제로 바뀐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일, 아무리 노력해도 진전이 없어 보이는 일, 그리고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뒤엉켜 골치가 아프고 고민에 빠졌을 때 그냥 모두 때려치우고 잠수를 타고 싶어도.... 그러면 안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애써야 한다. 먼저 문제를 구체화하여 쪼개볼 필요가 있다.


걱정도 쪼개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대부분이다. 무한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유한은 끝이 있다. 일단 문제를 쪼개보고 버릴건 버리고 해결해야 할 것을 추려내본다. 과학은 수많은 무한의 가능성 유한의 가능성으로 쪼개다 보면 우연한 기회에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뉴턴이 사과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법칙을 발견했던 것처럼 말이다.



태양에서 출발한 빛이 지구에 사는 우리의 눈까지 오려면 8분 정도 걸린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실시간의 태양이 아닌 8분 전의 태양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책을 보는 것도 사랑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것도 엄밀히 말하면 모두 과거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들이 모두 과거라니. 흥미롭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왜 학교에서 배웠던 과학은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을까. 책의 저자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로 과학을 설명한다면 과학시간이 매일 기다려 질것 같은데 말이다.나는  이 책을 읽으며 쓸모있는 지식들이 가득한 상자를 하나 획득한 것 같다.


13억 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두 블랙홀이 충돌했다. 13억 광년 이란 빛의 속력으로 13억 년을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비교하자면 1977년도에 발사한 보이저호가 45년 동안 날아간 거리는 빛의 속력으로 하루면 갈 수 있다. 여기에 365배를 해야 1광년 거리가 된다. 비교가 잘 안된다. 하여튼 광년 단위로 떨어진 곳은 아주아주아주 멀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에게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과정이 지향하는 방향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면 과정과 결과가 일치하는 경우는 무엇이고, 불일치하는 경우는 무엇인가. 그건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고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현재 조건에서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실천하는 일뿐이다.


우리는 방금까지 누적된 과거의 나를 '일부 부정'하면서 발전하고 진화한다.


저자는 우리 자신이 못나 보일 때는 짧게 절망하고 길게 희망을 갖도록 하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과학이 주는 위로다. 진화는 실행오류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가끔 나 자신에 대해 회의감이 느껴질때는 내안의 돌연변이가 자기진화를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보자.


보현산천문대 대장을 역임했던 전영범 박사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망원경을 열심히 들여다본다고 새로운 별을 찾을 확률이 함께 올라가진 않아요. 오히려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관측을 하고 있어야 우연도 일어나는 거죠."과학사를 살펴보면 우연한 과학적 발견이 무척 많다. 그렇지만 그것은 순전히 우연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필연적 노력과 시행착오가 쌓여서 만들어진 행운일 것이다.


과학에서 인문학을 만났다. 과학이 주는 위로는 다정했고 따뜻했다. 우연히 새로운 별을 찾을 수 있는 것도 관측을 하고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다. 수많은 노력의 결과를 만나지 못해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을 여럿 경험했다. 재능이 없는 건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건지.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많은 의문들이 나자신을 멈춰 세워었다. 수많은 과학적 발견이 우연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필연적 노력과 시행착오에서 만들어진 행운 이라는 이야기가 답답한 마음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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