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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19. 2024

황금 절벽 사원

바위산에 황금을 가득 채운 황금절벽사원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태국 9대 국왕 '라마 9세'의 즉위 50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사원이다. 실제로 보니 더 웅장했다. 바위에 새겨진 불상이 모두 금이라니. 놀라웠다. 거대한 불상의 자태에 놀랐고 불상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돈이 무려 한화로 56억이란다. 누군가의 기념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사용한 금액이 56억이라니. 돈도 돈이지만 높이 130m의 거대한 불상을 깎아내어 금을 채워 넣었다는 건축 방식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바람이 불어 혹시라도 금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가까이 더 가까이 찍고 싶은 마음은 살벌한 경비에 차단당했다. 신성한 불상 앞에서 불경한 생각을 하다니. 불교에 진심인 나라 태국 사람들에게 마음을 들키기 전에 얼른 사진기 버튼을 눌렸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릿느릿해졌다. 햇빛에 자주 점령당하는 파타야 날씨 덕분에 자연스레 발걸음은 빨라졌다. 분명 걷고 있는데 숨이 차는 상황을 자주 마주했다. 

오래 머물려도 좋다는 부처님의 너그러움 때문일까. 시원한 바람이 코 끝에 닿았다. 바람에 날려 릴라와리 꽃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 꽃은 샤넬 향수 재료로 쓰이는 꽃이다. 태국에서는 짠빼이라고 부른다. 떨어진 꽃송이 두 개를 주워 딸아이 귀에 하나, 내 귀에 하나를 꽂았다. 이 향이 샤넬 향수 향이라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공항 면세점에서 하나 사고 싶었다.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좋았다. 


황금 불상 가슴에 금색 동전 같은 모양이 박혀있다. 저곳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고 한다. 눈은 오팔 보석이 박혀 있다는데 멀리 서는 보이지 않았다. 몇몇 사람이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기도를 했다. 우리도 기도에 함께 동참했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남은 기간 무사히 태국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기도와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사람들의 두 손이 자주 모여졌고 오랫동안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무언가를 간절히 말하고 있었다. 기도는 남을 위한 기도에 힘이 있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기도를 해줄 수 있다면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행복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일정 내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마음이 흐릿했는데 이건 뭐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간혹 버스를 타고 달리는 중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여행을 방해할 정도의 비는 아니었다. 산책길을 따라 걸었다.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는 아이들 사진이 상인의 탁자 위에 놓여 있다.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다. 사야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말린다.

"정말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자연스러운 아이들 표정이었다. 가이드가 태국어로 상인에게 말을 하니 상인이 사진을 꺼내 버렸다. 구매하지 않은 사진들은 저렇게 버려진다고 했다. 태국 상인들의 판매전략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불편했다. 


샤넬 향수 향을 가득 담은 꽃잎이 바람에 날려 바닥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하나둘 꽃잎을 손에 담는다.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꽃잎을 코에 가져다 댄다. 파타야의 시간은 바람처럼 유유히 흘러갔다. 우리의 여행 시간도 살며시 끝을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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