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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15. 2024

코끼리 트래킹

흔들거리는 코끼리 등위에서 긴장감은 오랫동안 머물렸다. 안전운행을 다짐하는 조련사의 눈빛에 빙긋 웃어 보였다. 숙련된 조련사와 코끼리를 믿을 수밖에. 가까이서 바라본 코끼리의 몸체는 거대했다.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코끼리를 마주하니 높이는 대단했다. 코끼리 탑승은 2층 높이 건물로 올라간다. 코끼리 키에 맞추어 제작된 탑승장소이다. 코끼리 등위에 설치된 의자는 2인용이다. 2명이 한 조가 되어 코끼리 트래킹을 즐긴다. 물웅덩이가 나오니 빙그르 돌아서 가는 코끼리. 우와 감탄사를 내보이니 코끼리가 자신의 코로 귀를 쓰다듬었다. 쑥스러운 표현일 거라 생각했다. 귀여운 코끼리의 행동에 귀를 한번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의 온기가 느껴졌을까. 꿀렁대던 코끼리 등이 조용해졌다. 코끼리 등위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색달랐다. 


코로나로 여행객들이 줄어들면서 많은 코끼리농장들이 문을 닫아야 했다고 한다. 그곳에 살던 코끼리들은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는 가이드의 말은 무거웠다. 코끼리 트래킹을 하지 않으면 코끼리에게 사료를 줄 수가 없고 농장 운영이 어렵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끼리 등위에 타고 있는 우리들은 코끼리를 위한 행동일까. 괴롭게 하는 행동일까. 코끼리가 되어 보지 않은 우리로서는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코끼리 등이 아플까 양발에 힘을 빼고 있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이 전달되어 질까. 아이러니한 상황에 태국 파타야 하늘은 왜 이리 이쁘던지. 여행은 양가적인 생각들이 자주 충돌했다. 

"코끼리야 고마워"

무사히 코끼리 트래킹을 마친 후 야자수 열매를 간식으로 주어 본다. 동물원에서 본 코끼리를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니. 아이는 신기해 코끼리 곁으로 다가갔다. 멀리 있어 코로 잡지 못하는 것 같아 손으로 야자수 열매를 쥐어 준다. 야자수 음료를 코끼리에게 양보했다. 목이 마른 코끼리에게 야자수를 건네는 아이 모습을 사진 속에 담았다. 코끼리가 아이가 준 야자수를 코로 잡는 순간 야자수 안에 들어 있던 주스가 바닥으로 주르르 흘러내렸다. 코끼리 입속에 들어간 것은 빈껍데기일 확률이 높다. 

하나둘 트레킹을 마치고 사람들이 들어왔다.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같았다. 코끼리에게 미안한 마음. 하지만 관광객들이 코끼리를 타지 않으면 코끼리 농장 운영이 어렵다. 코끼리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인간이라.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는 없다. 


사람들이 코끼리 코에 100밧트 지폐를 쥐어 주었다. 코끼리는 돈을 조련사에게 건넸다. 신기했다. 돈은 조련사에게 야자수 열매는 자신으로 입속을 집어넣었다. 아이가 가방에서 꺼낸 100밧 지폐를 코끼리에게 건넸다. 역시나 조련사에게 지폐를 전달하고 바닥에 놓인 야자수를 코로 잡아 입속에 넣었다. 코끼리와 함께 한 트래킹 사진이 예쁜 종이액자에 담겨 우리들 손에 전해 졌다. 가이드의 선물이었다. 코끼리 트래킹을 끝낸 사람들은 묵직한 마음을 안고 버스로 향했다. 버스 안은 침묵했다. 코끼리 농장을 한참이나 벗어나고 난 후 하나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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