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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08. 2024

파타야 농눅 빌리지

1980년도 개장한 농눅빌리지는 파타야 남쪽에 위치해 있다. 약 200만 평에 달하는 대규모 부지에 각종 난 종묘와 성인장, 열대식물, 코코넛 및 망고등이 있는 농장이다. 다양한 휴식 시설과 오락시설, 태국 미술품 및 올드카 등이 전시된 박물관도 있다. 이곳에는 약 20년 동안 각종 선인장, 난초, 고사리등의 식물들을 수집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정원들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공원과 홍학 공원도 있다. 정원 내에는 태국의 시대별, 지역별 왕궁을 재현한 곳도 볼 수 있으며 잘 가꾸어진 식물과 꽃은 물론 태국 전통 민속 공연과 코끼리쇼를 볼 수 있다. 


트레인을 타고 농눅 빌리지를 관광했다. 넓고 넓은 테마파크를 걸어서 다니기에는 시간이 부족했고, 체력이 불가능 했다. 하루를 꼬박 이곳에 쓴다고 해도 다 볼 수 없을 듯 넓다. 이 넓고 넓은 공간이 개인 사유지라니. 가이드는 마이크를 들었다. 농눅빌리지에 대한 역사와 공원을 물려받은 자식들의 사업능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농눅 할머니가 시작한 공원 가꾸기는 아들의 손을 거쳐 동양 최대 열대자연 테마파크의 모습을 갖췄다.  


쇼를 기다리는 코끼리와 눈이 마주쳤다. 무슨 말을 전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기도 했다. 물끄러미 코끼리 눈을 바라봤다. 코 뒤에 숨겨진 입꼬리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기분이 좋은 걸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보이는 대로 해석할 수 밖에는. 빠른 걸음을 재촉하는 가이드의 목소리에 사진으로 코끼리 모습을 남겼다. 멋지게 찍어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네. 흔들리는 사진 중 그나마 선명한 사진 하나를 건졌다. 사진 잘 찍는 방법들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을 마치고 그날의 사진들을 정리할 때면 갤러리에 남는 사진은 몇 장 없다. 수백 번 눌려 댔을 버튼에 비해 남는 건 없다. 


패키지여행은 가이드 말에 따라 재빨리 움직여야 했다. 나 하나의 꾸물거림에 모든 일정이 뒤틀려 버릴 수도 있기에. 아쉬웠던 관광은 자유여행에서 채워야 했다. 패키지여행은 서로의 배려가 필요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패키지 사람들은 팀워크가 좋았다. 

트레인에서 내려 자유시간이 주어 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공원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이들과 함께 온 현지인들도 많았다. 푸르른 하늘아래 공룡들 앞에 선 아이는 개미만 했다. 개미가 인간을 보면 이런 느낌일까. 많은 것을 담고 싶은 마음과 끈적거리는 날씨의 팽팽한 대립이 끝을 맺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 샌들 끈이 끊어지고 말았다. 맨발로는 더 이상 돌아다닐 수 없었다. 카페로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주문하고 쉼을 마주했다. 맨발인 남편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직 일정은 남아 있는데. 이를 어쩌지. 고민하는 사이 가이드가 다가왔다. 맨발인 남편 발에 시선이 고정되었고 어찌 된 일인지를 물었다. 샌들 끈이 끊어져서 신발을 버렸다고 말했다. 맨발도 괜찮다는 남편 말에 모녀팀이 다가왔다. 차 안에 슬리퍼가 있다고 잠깐 빌려줄 수 있다고 했다. 버스 기사까지 나섰다. 자신의 신발을 신으라고 전해 주었다. 거절을 끝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의 배려에 남편은 발은 슬리퍼를 획득했다. 배려와 다정함이 흐뭇해지는 순간이었다. 


농눅빌리지를 생각하면 거대한 공원의 웅장함보다는 맨발이었던 남편의 발이 먼저 떠오른다. 지나치지 않고 다가와준 사람들의 따스한 마음도 함께 기억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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