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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05. 2024

럭셔리(?) 요트투어 스노쿨링+줄낚시

럭셔리 보트를 타고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 스노쿨링 체험과 줄낚시라니. 말로만 들어도 설레었다. 수영복을 챙겨 버스를 탔다. 타 여행사들보다 한 발자국씩 더 빨리 움직이자는 가이드 말에 따라 사람들은 바삐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의 선견지명 때문이었을까. 우리가 제일 먼저 요트 자리를 선점했다. 뒤늦게 도착한 타 여행사 관광객들과 함께 푸른 바다를 향해 달렸다. 


멀미가 심하든 심하지 않든 멀미약은 먹어 주는 게 좋다는 가이드 말에 따라 사람들은 멀미약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호텔을 나오기 전 미리 멀미약을 먹었다. 날씨가 흐릿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비가 내리면 스노클링은 불가할 수도 있다. 태국 여행 중 제일 하고 싶었던 체험 중 하나가 스노쿨링이었다. 바다 수영을 하며 열대어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배에 올랐는데. 이게 뭐람. 날씨가 우중충 하다. 에메랄드 바다는 바라지 않는다. 비만 오지 않기를 바랐다. 


스노쿨링 안전교육이 시작되었다.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은 한국인이었다. 이곳 태국에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있다. 태국말을 하지 않더라도 불편한 것이 없었다. 간단한 영어 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수영은 안됩니다."

의사의 말이 떠나지 않았다. 상처에 염증이 생겨 치료를 받았다. 곧 태국여행을 떠나는 나는 의사에게 매번 수영가능 여부를 물었다. 방수 테이프를  붙이고 잠깐 수영은 가능하지 않느냐. 샤워도 가능한데 왜 수영은 안되느냐를 물었다. 샤워는 물이 흘러내리지만 수영은 물이 고여 있기에 안된다고 했다. 추가 감염위험도 있으니 절대 수영은 금지라는 단호함이 있었다. 


딸과 남편이 저 멀리 스노클링을 즐기도 있었다. 아들이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즐거워하는 사람들 모습을 보고 있는 아들 눈은 부러움이 가득했다. 아이에게 하고 싶냐고 물었다. 아이는 그렇다고 말했다. 잠깐 아이를 남편에게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튜브를 타고 현지 안전요원의 도움을 받아 아이와 함께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바다 수영이 처음인 나는 허우적 댔다. 파도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여러 번 바다 물을 마셔야 했다. 


튜브 속에서 바다 밑을 바라봤다. 에메랄 듯 빛 바다가 아니라 열대어는 잘 보이지 않았다. 좀 더 깊숙이 잠수를 해야 했다. 상처가 따끔거렸다. 추가 감염 위험이라는 말이 귀속으로 달려들었다. 이제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아이를 아빠에게 맡기고 나가려고 할 때. 아이도 나가고 싶다고 했다. 날씨 때문인지 바닷물이 흐릿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탈의실로 가 재빨리 젖은 옷을 벗고 마른 옷으로 갈아 입었다. 방수 테이프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해양 스포츠를 즐기던 사람들이 하나둘 배위로 올라왔다. 줄낚시 체험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란히 섰다. 낚싯줄이 옆사람 줄과 얽히고설키고. 고기는 잡히지 않고, 낚싯줄만 가만히 보고 있으니 속은 메슥거리고, 가까스로 풀린 낚싯줄을 잡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고기를 낚는 것도 좋지만 유유히 낚싯줄을 던져 보는 것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은 물고기가 없는 곳이라 사람이 없었다. 물고기는 많이 있지만 사람이 많은 곳, 물고기는 없지만 사람이 없는 곳 둘 중 선택은 자유다. 배위로 내리쬐는 햇살이 강렬했다. 먹구름이 걷치고 햇살이 가득했다. 

"잡았다"

누군가 물고기를 잡았다. 수십 명이 넘는 낚시꾼들 사이에 단 한 명만이 손맛을 즐겼다. 잡은 물고기는 그 자리에서 회를 친다. 양이 별로 없기 때문에 한 사람당 한 점씩 맛보는 정도로 시식했다. 바닷물 온도가 높아서 그런가. 우리나라에서 먹는 쫀득한 식감은 없었다. 


바다에서 벗어난 우리는 버스를 향해 걸어갔다. 아이들 사진이 현지 상인들 앞에 놓여 있다. 배 위에서 스노쿨링을 마치고 올라오는 아이들 사진을 찍은 거였다. 액자에 박힌 아이들 사진을 보고 안 살 수가 없었다. 두 개 만원을 주고 아이들 모습이 담긴 액자를 구입했다. 

태국 관광지 곳곳에는 나도 모르게 사진이 찍혔다. 그리고 버스를 향해 걸어가는 자리에 나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가는 곳마다 구매를 했다면 사진 액자만 한가득이었을 거다. 다행히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던 것도 구매 의욕을 저하시키기도 했다. 


오전 내내 보트 위에서 즐긴 해양 체험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날씨를 제외하고도 기분이 좋았다. 따끔 거리는 상처도 잊혀져 갔다. 상처에서 벗어나고자 찾은 여행이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불행을 피해 경로를 변경했다. 버스 창밖으로 몇몇의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해변 위에서 벌어지는 삶의 투쟁이 버스 안으로 스며들었다. 여행이 끝나면 나 역시 현실로 돌아가겠지. 가끔 행복을 마주하다가 또다시 불행이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지쳐버린 삶을 남겨두고 여행을 시작하겠지. 다시 돌아간 현실의 삶은 달라졌을까. 지금 태국의 나는 행복한데. 한국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인들이 멀어졌다. 파타야 바다가 뒤로 물러 났다. 우리는 다음 여행지를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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