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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01. 2024

빈틈없는 패키지여행


1일 차 여행 일정 : 새벽 한 시 방콕 수완 나폼 국제공항 도착-> 방콕 호텔 숙박->호텔 조식 후 버스탑승->요트 타고 왕궁 주변 관광 및 물고기 빵주기->에메랄드사원 관광->점심(쌈밥)->쇼핑센터방문(보석)->파타야 플로팅마켓 관광->코끼리 트래킹 및 야자 음료 시식->저녁(수끼)->알카자쇼->야시장투어->아로마 마사지(2시간)->호텔 도착 자유시간


휴식 시간은 버스에서 잠깐이 전부였다. 빈틈없는 여행일정이 마음에 들었다. 누군가는 숨 막히는 여행일정에 다시는 패키지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난 그 반대다. 첫 여행지라면 무조건 패키지부터 시작하리라고 다짐한다. 가성비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패키지여행만큼 좋은 선택은 없다. 여행은 각자의 취향대로 즐기는 거니깐. 


1일 차 여행이 끝난 시각은 오후 10시였다. 호텔 로비에서 근처 쇼핑센터 방문을 고민했다. 호텔 직원에게 근처 쇼핑센터에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대답은 NO였다. 지금쯤이면 모든 쇼핑센터가 문을 닫았을 거란다. 아쉬움을 남긴 채 방으로 향했다. 가이드가 준 과일봉지를 열었다. 망고스틴을 이렇게 많이. 플라스틱 칼로 과일을 먹기 좋게 잘라 놓았다.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배려 일까. 텔레비전에는 한국 채널이 몇 개 있다. 한국인지 태국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평온한 시간이었다. 달고 맛있는 과일을 배불리 먹어도 반도 다 비우지 못했다. 남은 과일은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농수산물은 국내 반입 불가이다. 무조건 다 먹고 가거나 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태국 수돗물에는 석회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말에 필터 샤워기를 한국에서 챙겨 왔다. 성인인 우리는 그냥저냥 이용하겠는데 피부가 약한 아이들을 위한 선택이었다. 아이들은 양치 역시 생수로 하게 했다.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고 장염이나 배앓이 같은 것을 겪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동반 여행에서는 아이들 컨디션 조절이 우선시 된다. 무리한 여행일정에 아이들이 아프면 여행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닐 테니깐. 다행히  아이들은 여행 내내 무적의 체력을 자랑했고 적극적인 여행 참여에 걱정은 걱정으로 남겨 두었다. 

새벽 열두 시. 하루의 일과가 완전히 끝나버린 시간이었다. 웅웅웅 울려대는 텔레비전 전원을 껐다. 에어컨 온도는 27도로 맞추고 하나의 스탠드 불만을 켜 놓은 채 태국의 두 번째 새벽을 마주했다. 늦은 시각까지 잠에 들지 못하는 여행객들의 목소리에 잠을 설쳤다. 내일 여행에 대한 설렘도 잠을 방해했다. 피곤하지만 잠이 막 쏟아지지는 않았다. 아이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깊은 잠에 들었다. 빈틈없는 여행일정에 피곤할 만도 한데 잘 따라와 준 아이가 고마웠다. 아이 눈에 비친 태국의 풍광은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했다. 가이드가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알려주는 태국의 역사는 아이들에게 세계사를 눈으로 직접 보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초롱한 눈빛 때문인지 가이드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했다. 

"방콕에는 없는 게 있어요. 뭘까요?"

가이드의 기습 질문이 있었다. 맞추는 사람에게는 과일 바구니가 증정된다고 했다. 과일은 이미 냉장고에 가득했다. 돈, 사랑, 노숙자, 겨울 등등 오답들이 난무한 버스에서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답을 맞히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정답을 맞히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높아 보였다. 다른 팀들 방에도 분명 냉장고에 어제 먹다 남은 과일이 가득할 거니깐. 

아이가 손을 들었다. 

"산?"

"오! 정답"

맞다 방콕에는 산이 없었다. 완전한 평지에 세워진 도시 방콕에는 나지막한 동산조차도 없다. 산이 없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보이는 곳곳에 초록들이 줄지어 있어서 이기도 했다. 산을 볼 수 없는 방콕에서 유일한 산이 하나 있다. 인공언덕 골든마운틴이다. 높이는 80M 정도이다.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에 가까운 곳이다. 

여행 내내 버스 안에서 배우는 세계사는 유익하고 다채로웠다. 재미까지 있으니 아이도 어른도 귀를 쫑긋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새벽의 고요가 찾아왔다. 시끄럽던 여행객들의 목소리도 고요와 함께 잠들었다. 나도 그들과 함께 고요 속으로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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