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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Jul 29. 2024

괜찮지 않은 마음을 들켰다.

파타야 아로마 오일 마사지

여행 일정을 마치고 나면 우리는 마사지샵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마주했다. 그리고 뒤따라 한국인 사장님이 테이블 위로 웰컴티를 내어 주셨다. 웰컴티를 마시며 잠시 숨 고르기를 하고 나면 아로마 오일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 마사지에 사용할 오일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미니 호리병 담긴 오일병뚜껑이 열리고 향을 맡아보았다. 오일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들에 대한 이야기 흘려 들었고 우리는 라벤더를 선택했다. 아로마 오일 마사지는 천연 에센셜 오일을 사용해 스트레스와 긴장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라벤더는 불안감과 불면증 완화에 좋고, 로즈메리는 혈액순환 촉진에 도움, 레몬 그라스는 스트레스와 긴장감 완화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오일 선택이 완료되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방 안으로 들어간다. 간단한 샤워를 마치고 기다리다 보면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고 마사지사들이 인사를 하며 안으로 들어온다. 

"안. 녕. 하. 쎄요"

서툰 한국말이지만 따뜻하고 다정했다. 


수술 자국이 따끔거렸다. 끈적한 땀들이 하루종일 옹기종기 피부에 매달려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따끔거리는 상처에 붙은 테이프를 떼어 냈다. 바람을 마주치게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꽁꽁 상처를 숨겨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땀들이 슬그머니 잘도 찾아냈다. 눅눅한 상처 위를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마사지 가운으로 갈아입고 자리를 잡고 누웠다. 마사지사가 방 안으로 들어오고 우리의 피로를 그들에게 맡겼다. 

"언니 괜찮아요?"

태국 마사지사가 한국말로 물었다. 가슴에 난 수술 자국을 보고 놀라서 묻는 거였다. 

"괜찮아요. Ii's ok."

"아프지 않아요?. 살살할게요."

다정함이 묻어 있는 말이었다. 서툰 말들이 온기를 싣고 다가왔다.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진실된 말은 마음을 움직인다고 해야 할까. 숨겨 왔던 마음을 들킨 것만 같았다. 



혼자 감당하려고 했다. 그리 큰 수술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혼자 병원에 갔다. 식판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식판을 밖으로 내놓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꽁꽁 싸맨 압박붕대와 링거 줄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방해했다. 조금만 팔을 기울기라도 하면 링거줄로 피가 역류했다. 다행히 약봉지를 들고 들어온 간호사 선생님이 링거줄을 이리저리 만지니 투명한 액체들만이 거기에 있었다. 


괜찮지 않은 것들을 괜찮은 척 숨겨 버렸다. 그리하면 괜찮아졌으니깐.  사실은 괜찮지 않았다. 무섭고 두렵고 외로웠다. 기대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걸으라고 하는 걸 꾹 참아 냈다. 나 하나 참으면 모두가 그럭저럭 편안하니깐. 누군가의 불안한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온도가 달라지니깐.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온전히 나 혼자만 감당해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손을 잡고 있는 중년의 여성분, 엄마의 따스한 눈빛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딸의 모습에 울컥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애써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리기도 했다. 괜찮다고 믿었던 마음이 괜찮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을 들켜버린 순간 꾹꾹 눌려 버린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얼굴에 덮인 수건마저 고마웠다. 훌쩍 대던 콧물도 눈물이 멈추니 사라졌다. 남편과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을 거다. 그의 코에서도 훌쩍 대는 소리가 들렸다. 에어컨 바람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리 믿었다. 나의 괜찮지 않은 마음을 공감해 준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칼자국이 새겨진 가슴 주변에서는 천천히 약하게 움직였다. 몸도 마음도 느슨해지는 순간이었다. 하루의 피로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여행 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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