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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Jul 25. 2024

태국 로컬 시장

여행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곳을 담고, 쓰고, 보았는지. 지친 몸이 말해 주었다. 쉬는 여행이 아닌 이상 볼 수 있을 만큼 다 보고 오리라는 마음으로 피로가 흘러내리지 않게 두 눈에 힘을 빡 주었다. 

그 나라의 문화를 보기 위한 좋은 장소중 하나가 로컬 시장이다.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 여행에서도 우리는 자주 시장을 찾는다. 시장이 주는 생동감이 좋고, 다양한 물건들을 보고 듣고 맛보는 재미가 있다. 태국의 시장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도 찾는 곳이기에 한 번쯤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태국의 밤거리는 여전히 후덥지근했다. 끈적거리는 땀들이 온몸을 감쌌다. 

"30분이면 충분하죠? 여기는 맛보기입니다. 마지막날 더 좋은 곳에 가니 살짝궁 다녀오세요"

일정에 없던 야시장 투어는 선택관광을 하며 추가되었다. 택시를 타고서라도 한 번쯤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눈에 담았다. 잡화부터 시작해서 먹거리까지 시장의 활기찬 공기에 피로가 가라앉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길을 걷다 마주한 악어고기. 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잡화점에 들려 코끼리 파우치 하나를 샀다. 태국 하면 코끼리가 떠오르니 기념품으로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건조해진 입술로 눅눅한 바람이 불어 댔다. 태국의 밤은 낮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텁텁하고 끈적한 날씨에 인상이 조금씩 구겨져 갈 때쯤 시원한 생과일 주스 가게를 마주했다. 망고주스 하나와 땡모반 하나를 주문했다. 넷이서 두 개를 나눠 먹기로 했다. 홀짝 대며 넘어가는 달콤 시원한 주스 덕에 시장구경을 조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코끼리 문양 바지에서 코끼리 문양 가방까지 어디든 코끼리가 있는 상점들을 지나 마주한 광경에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악어가 눈앞에 덩그러니 있는 거다. 아이들도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구워진 악어 몸통에서 살점을 떼내어 손님에게 건네졌다. 입속에 악어 고기를 넣은 손님은 치킨 맛 같다고 한다. 조금 질긴 치킨 맛이라며 음~굿을 외쳤다. 한번 도전해볼까. 생각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무리 그 나라의 로컬 음식을 먹을 생각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아이들에게 도전 의사를 물어보았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안 되겠던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대신 사진은 한 장 찍어 달라는 말에 그리 했다. 사진으로나마 태국 파타야 어느 야시장에서 만난 악어를 기억하고 싶었다. 


여행은 기억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날의 기억들이 문득 떠오를 때 여행은 기억된다. 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이유 중 하나가 혹시나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 놓쳐버린 순간들을 기억하고 싶어서다. 악어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악어를 팔던 시장을 기억하지 못했다. 여행지의 모든 순간을 기억해 내기에는 기억의 공간이 한없이 부족하다. 능력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짧고 도 긴 삼십 분의 자유시간이 지나갔다. 흩어졌던 사람들이 만남의 장소로 하나둘 모였다. 가이드 주위에 과일봉지가 한가득 있다. 우리에게 줄 과일들이었다. 망고, 망고스틴, 람부탄이 가득 들어 있었다. 과일 봉지를 하나씩 들고 버스에 올랐다. 하루의 피로를 날려 보내 줄 아로마 오일 마사지 샵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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