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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로시 Aug 22. 2024

고요가 깨어나면 들리는 소리

아침의 고요는 작은 것들의 소리를 들려준다. 잔잔한 물결들이 부딪치는 소리, 새들의 울음소리, 바람이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바닥에 뒤집어진 벌레의 날개소리이다.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면 고요는 사라진다. 익숙한 한국의 언어가 들리고,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말들이 들려온다. 트렁크 바퀴소리가 들리고, 관광버스들이 한숨을 푹 내쉬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대한 세상의 소리가 잠이 들면 또다시 작은 소리들이 깨어난다. 고요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소리에 마음이 쓸린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일지도. 익숙한 것에 대한 해방일지도. 우리가 현실을 뒤로하고 떠나온 여행처럼 말이다. 


여행이 주는 잔잔한 휴식이 좋았다. 생각의 틈 없이 움직이는 여행이 좋았다. 무거웠던 생각들이 사라지는 순간 여행은 시작을 알렸다. 작정하고 떠나온 시간은 묵직한 현실을 가볍게 걸어 나왔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불행 속에서도 유유히 벗어났다. 그곳에 내가 없지만 나는 나다. 내가 변한 게 아닌데. 장소가 변한 것뿐인데 마음이 이렇게 홀가분해질 수 있는 걸까. 느끼고 있지만 믿기지 않았다. 여행이 주는 쉼이 낯설었다. 자연스레 숨 쉬는 내가 생경했다. 


과거에 머물려 있다면 미래는 없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생각이 고요해질 때면 자주 문장들이 떠올랐다. 당장 미래를 향해 나아 갈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과거에 묶여 있던 삶에게 시간을 주어 본다. 일단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보는 걸로. 그렇게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미래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다. 



물결이 부딪치는 소리를 비집고 가이드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곧 태국에서의 마지막 날 여행을 떠나야 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호텔 로비로 나왔다. 익숙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머릿속 생각들이 사라졌다. 아쉬움과 설렘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여러분 오늘은 마지막 날이에요. 다들 즐거우셨나요?"

"네~"

가이드의 인사에 모두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즐거웠다. 여행 내내 웃고 즐기고 맛보고 느끼는 여행이 행복했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이 시간들이 이어졌으면 했다. 현실을 생각하니 숨이 턱 막혀왔다. 현실을 여행처럼 살 수는 없을까. 그런 삶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버스 안이 고요했다. 태국 파타야에서의 마지막밤을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은 듯 사람들은 창가에 고개를 숙이고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가이드의 우렁찬 소리도 잠시 잠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날 여행을 시작했다. 


고요가 깨어나면 들리는 소리처럼, 소란스러운 나의 일상에도 고요가 찾아온다면 듣지 못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쉼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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