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쓸 것인지 생각하면 설렌다. 그 설렘으로 글을 쓴다.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보다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글은 누군가가 읽어줘야 그 쓰임이 있다고는 하지만. 쓰는 사람이 쓰고 싶은 글 또한 의미가 있다.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글을 쓰는 나에게 글은 그랬다. 이렇게 마구 아무 글이나 쓰다 보면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말대신 글로 마음을 정돈하는 거다. 내가 느끼는 하루는 어떨까. 매일 같은 일상을 마주하다 보며 지겹기도 하다. 그럴 때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일상을 비집고 들어온다. 마음이 불편하고 두렵고 불안해진다. 쓸모없는 생각들을 떨쳐내려고 할수록 더 큰 생각들이 일상을 뒤덮는다. 조금은 불안한 것들에서 자유롭고 싶다. 늘 그래왔던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 불안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지만 나의 불안과 아닌 불안 정도는 구분하고 싶다.
불안 중에는 내 것이 있고 타인의 것이 있다. 나와는 상관없는 불안을 끌어안고 가는 건 바보짓이 아닌가. 알면서도 왜 나를 그곳에 머물게 하는지. 나의 생각들을 제어할 수 없는 내가 한심할 때가 종종 있다. 망상장애를 가끔 의심하기도 했다. 아니라고 말하는데 왜 꾸역꾸역 불안들을 알뜰살뜰 모으고 있는지. 답답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런 나도 나니깐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불안들이 갑작스러운 일들로 일상을 뒤덮을 때는 그날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나를 덮여버린다. 벗어나고 싶다. 죽도록 피하고 싶은 불안과 두려움이다. 불안은 마주할 때 이겨낼 수 있다고는 하지만 마주할수록 몸짓을 키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불안과 마주할 때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엇이 나를 그토록 두렵게 만들었는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나열해 본다. 생각의 꼬리는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공포스러운 이야기에 다다를 때는 불안이 절정에 다다른다. 이것도 병인가 싶다. 소설을 써야 하나. 이렇게 상상력이 풍부한데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 걸까. 소설이 아닐 수도. 진짜 일어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오랫동안 주위를 맴돈다. 그러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원하는 결말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사라지는 불안.
하나하나 끄집어내면 별거 아닌 것들도 있다.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생각이 현실이 될 때가 있다. 그것은 최악의 결말이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결말. 생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긍정적인 생각들만 허락하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들이 현실이 되는 것은 거부한다. 최대한 생각에서 멀어지고자 나름의 방식들을 찾아다닌다. 만트라를 외우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하고, 별거 아닌 불안을 수집하기도 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이 있다. 벨소리에도 마음이 울렁 대는 일상은 마주하고 싶지 않다. 신은 다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이 불안들도 모두 신의 계획일까. 피할 수없으면 즐겨야 하는 걸까. 즐기기에는 불안에 흥이 없다. 재미없는 불안을 어떻게 즐겨야 하는가. 시간이 약이 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불안도 희미해 기는 한다. 여러 문장들을 수집하며 불안을 이해 보려 하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아. 불안아. 나는 네가 나에게 오는 게 반갑지 않다.
나는 지금 불안과 헤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