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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방 :작은 옷방

by 새나


어린 시절 친구집에 놀러 갔을 때였다. 친구는 밝고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예쁜 방을 가지고 있었다. 창가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었고, 벽에는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 사진이 붙어 있었다. 원목 침대에는 푹신한 이불이 펼쳐져 있었고, 책장에는 소공녀가 포함된 세계명작전집이 꽂혀 있었다. 그 방은 마치 친구만의 작은 세상 같았다. 나는 그 방을 바라보며 숨이 턱 막혔다. 부러움과 동경, 그리고 가질 수 없는 상실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각각의 방이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함께 웃고, 함께 잠들었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도,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도 나만의 방은 없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방을 둘러보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저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한없이 무거웠다. 왜 나는 저런 방을 가질 수 없을까. 왜 나는 나만의 공간이 허락되지 않았을까. 그날 밤, 나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나는 나만의 방을 찾을 거라고. 꼭 벽을 둘러싸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그런 방을 만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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