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정리를 하다가 낡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태국 방콕. 내 이름과 아이들의 이름이 또렷하게 적힌 비행기표였다. 잠시 손을 멈추고 그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작은 티켓 한 장이 나를 그때로 데려갔다.
그 여행은 너무 늦게 떠났다. 아니, 떠날 용기를 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출금을 갚느라 가족여행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했다. 매달 빠져나가는 돈을 보며 한숨짓다가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자'고 다짐했다. 마지막 대출금을 갚고 난 날, 나는 이상하게 허탈했다. 기쁘기도 했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이제는 여행을 가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떠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쉽게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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